● 엉뚱한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박물관은 지겨워, 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
수지 모건스턴·비룡소
● 조커-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수지 모건스턴·문학과지성사
●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수지 모르겐스턴, 알리야 모르겐스턴 지음·웅진닷컴
책을 소개해야 하는 글이지만 잠시 영화보기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한동안 비디오 보기에 빠진 적이 있다. 우연히 만난,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로 만든 ‘프라하의 봄’이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던 것이다. TV의 주말영화도 잘 안보던 나는 영화의 바다 앞에서 가벼운 흥분마저 느꼈다. 자, 이제 이 바다를 어떻게 항해할 것인가.
그 영화에서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터라 그의 다른 출연작 ‘나의 왼발’과 ‘전망 좋은 방’을 보았다. ‘전망 좋은 방’은 원작자 E.M. 포스터의 또 다른 소설을 각색한 ‘하워즈 엔드’로 안내했고, 그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 엠마 톰슨에 대한 관심은 ‘남아있는 나날’을 보도록 만들었다. 영국사회를 묘사하는 이 영화들 덕분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도 읽게 되었다. 이렇게 한 영화에서 발견한 관심을 고리삼아 다른 영화로 여행하면서 재미와 감동과 지식을 얻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아직 인터넷도 없고 컴퓨터도 일반화하기 전에 나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는 대여점 주인 아저씨의 도움이 컸다. 그때 도서관 책처럼 영화도 제목 배우 감독별로 목록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사서다운 생각을 했다.
책 고르기에도 같은 방법을 적용해보자. 매번 누군가가 권하거나 필독도서 목록에 올라 있는 책이 아니라 한 권에서 마음을 끄는 내용을 발견하면 그것을 토대로 스스로 다른 책을, 혹은 아예 한 분야에 대한 책과 정보를 찾아보는 거다. 가장 간단한 것은 마음에 드는 작가의 책을 찾아보는 것.
수지 모건스턴의 ‘엉뚱한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을 읽고 작가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발상이 좋았다면, 그녀의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본다. ‘조커-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와 ‘박물관은 지겨워’가 역시 따뜻한 웃음을 자아내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는 빅투아르와 열 세 남자 형제의 활기가 할머니의 슬픔에 짓눌려 무감각하게 살던 어네스트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고,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에서는 사춘기 딸과 엄마가 같은 사건에 대해 번갈아 펼치는 자기 이야기를 통해 사랑은 주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의 사랑을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자기만의 책 관계도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정보검색능력도 키워질 것이다. 주의할 점! 외국 작가의 이름은 간혹 발음이 다르기도 하고 인터넷 서점의 데이터베이스와 검색방법은 각각 강점과 약점이 있으므로 여러 서점을 이용할 것.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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