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휴대폰 수능시험 부정 사건은 교육 당국을 비롯한 관련 부처의 총체적인 직무유기가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실명으로 된 구체적인 제보를 여러 건 받고도 산하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떠넘겼다. 광주교육청은 인터넷을 통해 15건의 부정행위 제보를 받았으나 허위사실로 판단하고 제보 내용을 삭제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다. 정보통신부와 경찰청은 교육부 지시를 받은 평가원이 대책회의를 가질 것을 요청했으나 코방귀도 뀌지 않았다. 관료적 사고에 젖은 이들 기관이 교육부 산하 출연기관의 협조요청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교육부에서 파견된 광주지역 시험감독관이 목욕탕에서 사우나를 하는 등 하루 종일 시험장을 이탈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공무원들을 믿고 60만명의 수험생과 학부모가 애간장을 태우며 인생을 건 시험을 치렀다. 교육부와 광주교육청이 제보자에게 전화 한 통화만 했더라도, 관련부처가 회의를 단 한 차례만 열었더라도 수능 부정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관련 기관이 서로 미루고 깔아뭉개고 적당히 넘어가는 사이 전국에서 300명이 넘는 수험생이 부정행위에 가담했다.
그러고도 교육부는 실무자들의 징계요구에 "희생양 만들기냐"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 사건 발생 후 마치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한 것처럼 말해 왔다. 그러나 감사결과를 보면 교육부는 힘없는 하부 기관에 일을 떠넘겨놓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입시 업무를 교육부가 직접 챙기는 것과 민간단체나 다름없는 평가원이 나서는 것은 결과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난다. 교육부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일말의 반발이나 불만을 갖기는커녕 아무리 자숙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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