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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사람vs사람 - 父에 갇힌 박근혜… 父를 벗은 문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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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사람vs사람 - 父에 갇힌 박근혜… 父를 벗은 문성근

입력
2005.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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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남자vs남자’를 통해, 정신분석과 평전의 중간쯤 지점에 서서 우리 시대 남자에 대한 탁월한 분석을 보여줬던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가 이번에는 명사 16명을 대상으로 택했다. 게다가 이명박-박찬욱, 심은하-김민기, 이인화-김근태, 나훈아-김중배, 정몽준-이창동, 박근혜-문성근, 김수현-손석희, 김대중-김훈 등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명씩을 짝지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영화배우 문성근 비교가 흥미롭다. 저자는 박 대표의 현상태를‘아버지에게 갇혀 얻은 힘’이라는 말로 정의한다. 저자는 박 대표에게서 부성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여성들의 대표적인 특징인 극도의 절제력을 발견하는데, 이를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부름을 받았다고 느끼며 그 부름에 부응하기 위해 보여주는 극단의 의지"로 해석한다.

배우 문성근은 다르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아버지를 열어 세상을 만났다는 것이다. 문성근은 의도적으로 아버지 고 문익환목사의 잔영을 자신에게서 밀어 냈다. 자신은 한심하다는 처절한 혐오를 거쳐 "아버지는 나와 차원이 다른 분"이라는 거리두기를 통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짝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영화감독 박찬욱이다. 둘은 대단한 자신감을 지녔다는 점으로 비슷하지만, 남이 보는 자신과 자신이 보는 자신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느냐 아니냐에 있어 다르다. 이 시장의 경우 자신의 경험만 강조하며 다른 이의 생각에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박 감독은 언제나 자신을 객관화 하려 애쓴다.

명사의 속 마음을 통쾌하게 짚어내는 그의 글은 무엇보다도 시원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들의 삶도 뒤집어 보면, 평범한 우리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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