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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 2,000억弗 돌파/ 세계서 4번째…‘과다보유’등 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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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 2,000억弗 돌파/ 세계서 4번째…‘과다보유’등 논란 지속

입력
2005.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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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002억4,900만달러(15일 현재)를 기록, 사상 처음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17일 밝혔다. 보유외환이 2,000억달러를 넘는 나라는 일본과 중국, 대만, 한국 등 4개국 뿐이다.

외환보유액은 국가의 대외적 최종지불능력이다. 경상수지 적자 누적이나 대외자본의 무더기 이탈, 해외채권자들의 집단적 채권회수 등으로 지불 불능 사태에 빠졌을 때, 혹은 투기자본 공략으로 환율이 흔들릴 때 외환보유액은 최후 대응수단이 된다.

1997년 외환위기의 직접 원인도 결국은 보유액 고갈 때문이었다. 모라토리엄(대외지불유예) 상황으로 치닫던 그해 12월18일 한국은행이 직접 동원할 수 있는 외환은 고작 39억 달러였다.

이 점에서 2,000억달러 돌파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적어도 외환부족으로 인한 경제위기 재발 위험은 완전 제거됐으며, 투기자본에 의한 피격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한 시장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300억달러 정도였을 때 지금과 같은 북핵 문제가 벌어졌다면 해외투자자나 시장상황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보유액 증가만큼 국가신인도는 상승한 것임에 틀림없다.

외환보유액 확충 이면엔 후유증도 있다. 보유액은 외환당국이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였기 때문에 늘어났다. 시장개입의 산물인 것이다. 환란 이후 수출지지를 위한 당국의 인위적, 즉 시장개입을 통한 고환율 정책은 외환보유액 증가만큼 시장과 환율의 왜곡을 낳았다. 또 시장개입으로 인한 통화증발을 수습하기 위해 한은은 천문학적 규모의 통안증권을 발행, 그 이자로만 매년 5조원에 달하는 돈을 찍어 내는 실정이다.

외환보유액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개입 없이도 2,000억달러에 대한 이자만 연간 100억달러 가까이 들어온다. 여기서 보유액의 지속적 증가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적정 보유액은 얼마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외환보유액은 최후 지불수단의 성격상 미국 국채 같은 안전성 높은 자산에 주로 투자된다. 수익성은 다음 문제다. 때문에 과도한 외환보유액은 국가자산의 수익성 저하라는 문제를 야기한다.

한은 당국자는 그러나 "적정 보유액은 기준에 따라 1,30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 이상까지 다양한 계산법이 나온다"며 "더구나 분단상황과 향후 통일비용 같은 우리나라의 특수요인을 감안하면 현 보유액이 결코 과다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보유액이 이제 충분수위에 도달한만큼 앞으로는 수익성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공사(KIC) 설립이 바로 그런 맥락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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