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 한미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힐 주한 대사의 17일 베이징(北京) 동시 방문은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방문은 한미양국의 새로운 입장을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19일 평양방문이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양국의 기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한 당국자는 이날 "송 차관보는 베이징에서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한미외무장관 회담의 메시지를 상세히 전했다"고 말했다. 송 차관보는 이날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닝푸쿠이(寧賦魁) 북핵담당대사 등을 잇따라 접촉, 북한이 조건없이 회담에 복귀하도록 중국이 설득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북한의 6자회담 불참 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싸늘한 여론을 북한에 전해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대북 경협 및 인도적 지원을 유지한다는 한국 정부의 원칙적 입장도 설명했으며 이 역시 북측에 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 대사의 베이징 행보도 비슷한 맥락에서 풀이된다. 힐 대사는 우다웨이 부부장과 만나 중국에 거는 미국의 기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힐 대사를 파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관측통은 "미국은 북한이 회담장으로 돌아오기 전 어떠한 타협책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번에 협상안을 밝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울러 중국 책임자의 방북 이전에 대북 압박책을 공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힐 대사의 방중은 중국의 등을 보다 강하게 떠밀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한미양국의 이런 기대가 다소 부담스러운 듯 하다. 중국은 왕 부장 방북 이후 또 다른 고위인사가 추가 방북 할 수 있다는 점을 흘리고 있다. 이는 왕 부장의 방북 성과가 기대 이하일 수 있으며, 중국도 이번 방북에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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