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 고스(사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16일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추구하는 가장 큰 목적이 ‘체제 생존’에 있다고 증언해 주목된다.
미 정부의 핵심 관리들이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체제보전 목적을 명시적으로 거론한 전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정보 책임자인 고스 국장은 북한 핵 개발의 목적을 체제보존에 직접 연결함으로써 조지 W 부시 정부 ‘이너 서클’의 북한에 대한 인식의 일면을 드러냈다.
고스 국장은 이날 이반 베이(민주) 의원이 미국의 현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예상되는 반응을 묻자 "북한은 상대적인 행동으로 뭔가를 얻어내는 전통적인 허세외교를 하고 있다"며 "북한은 이 같은 전략을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런 행동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가장 큰 목표는 체제의 생존 가능성"이라며 "그것이 그들이 지향점이며 그들이 세계에 얼마나 우스꽝스러워보이는가 하는 점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은 체제 생존과 핵 소유 둘 다 병행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은데 그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설득할 길이 있느냐"는 베이 의원의 거듭된 질의에도 "그들은 반드시 핵 클럽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스 국장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이 같은 증언은 대북 협상 무용론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논리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미국 정부 안팎에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 보유국이 되려는 야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체제를 전복하지 않고서는 북한의 핵 개발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견해를 가진 대북 매파들이 많다. 니컬러스 에버쉬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말을 하거나 뇌물을 주더라도 북한의 핵무기 야망을 포기시킬 수 없다"며 정권 교체를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고스 국장의 이날 발언을 곧바로 그가 북한 체제 붕괴론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무리다. 고스 국장은 "CIA는 어디까지나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곳일 뿐 외교를 하는 곳은 국무부"라고 언급, 자신의 증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 목적에 대한 그의 판단은 외교적 접근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어 향후 CIA의 대북 정세 판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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