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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울음바다가 된 어느 학교의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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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울음바다가 된 어느 학교의 졸업식

입력
2005.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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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번 이 지면을 통해 내 고향 야학 선생님 얘기를 했다. 35년 전 스물 일곱 나이에 그는 고향에서 야학을 시작했고, 한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아주머니들과 집안형편이 어려워 중·고등학교를 포기하고 공장에 들어간 근로 청소년들이 그의 야학에 모여들었다.

집에서, 대학 강의실을 빌려서, 또 이곳 저곳 창고로 학교를 옮겨 다닌 것만도 아홉 차례나 된다. 창고 야학은 정식학교가 되고, 지금도 140명의 가정주부와 근로 청소년들이 저녁에 학교로 나와 공부를 하고 있다. 강릉 인문중고등학교의 김운기 교장선생님. 젊은 날 그는 결혼을 하면 혹시 학교를 접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어 결혼도 포기했다. 어제 그 학교의 졸업식이 있었다. 나는 내려가 보지 못하고 친구로부터 소식만 전해 들었다.

"환갑이 지난 할머니들이 중학교 졸업장을 받아 들고 어린시절 초등학교 졸업식 때처럼 펑펑 소리내어 우시는 거야.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빠와 동생들에게 배움의 길을 양보하고 부잣집 식모살이로, 또 서울의 공장살이로 떠났던 우리 큰 누님들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도 눈물이 나왔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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