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부동산 대책으로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라는 히든카드를 내놓았다.
분양가는 낮게, 채권액은 높게 써 낸 입찰 업체에게 택지를 공급하는 이 제도는 분양가 규제와 같은 효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건설업체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공급계약을 따 내겠다"고 벼르고 있어 외견상 분양가 억제라는 목표는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채권·분양가 병행 입찰제 도입으로 분양가가 낮아지면 청약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고심 끝에 찾아낸 묘수에 스스로도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누이(정부) 좋고 매형(청약자)도 좋은’ 이 제도가 건설업체간의 심각한 출혈경쟁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업체들이 판교 입성을 위해 사활을 걸고 과당 경쟁을 벌일 경우 90년대 초 신도시 개발 때와 같은 부실 공사 가능성이 크다. 업체들이 출혈 분을 공사비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대책 중 부실공사 감리 강화 방안은 없으니 부실공사를 감시할 장치도 미흡하다. 결국 부실시공의 불이익은 고스란히 청약자들에게 돌아오는 셈이다.
더욱이 강제로 분양가를 낮출 경우 아파트 당첨은 그야말로 ‘로또’가 돼 청약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이 뻔하다. 부동산 정책의 절대 과제인 주택시장 안정에도 장기적으로는 악재다.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춰 당분간 집값을 잡는다고 해도 입주가 시작되는 2년 여 뒤에는 ‘풍선 효과’에 따라 주변 아파트와 가격이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장고 끝의 악수’가 아니라 정부와 청약자에게 모두 좋은 ‘양수겸장’의 효과를 내려면 더 정교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송영웅 산업부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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