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를 깎아 담은 현대‘동양의 美’
18일 일민미술관에서 막을 올리는 ‘Red Blossom-동북아 3국 현대 목판화’전은 오늘날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진행 중인 목판화의 현주소를 한눈에 이해하는 전시이다. 목판화의 뿌리는 상당히 오래됐고, 특히 동양에서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인쇄문화와 결합해 매우 흥성했던 미술이다. 그러나 과거 목판술의 영화는 ‘팔만대장경’같은 유산으로나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전시는 한·중·일의 판화 작가 20명이 출품, 목판화 전통의 현대적 해석과 서로 다른 판화 미학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중국 판화작가들은 사회주의 국가의 선동 매체로서 발달한 목판화의 리얼리즘 정신을 대중화하고 있다. 서커스단 등 군중 속에서 고독한 인간의 심리를 표현한 ‘전환’ 시리즈를 소개하는 장민지에는 중국 판화가 세계 무대에서 평가받는 데 크게 기여한 작가. 우키요에의 화려하고 정교한 미적 감각을 살리는 일본의 현대 목판화를 보면 목판화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을까 싶어진다. 명승지 등 일본 곳곳의 풍경을 화려한 색감으로 담은 모리무라 레이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다른 장르에 비해 판화가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판각의 전통을 잇고 있는 김상구 이상국 홍선웅 김준권 류연복 정비파 임영재 이인애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고려, 조선 시대에 제작된 목판 원판과 목판화들도 특별 전시된다. 특별전 ‘한국의 고판화’에는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보물 877호)을 포함해 불경, 지도 등 평소 보기 힘든 고판화 유물들이 나온다.
개막일인 18일 전시 참여작가인 중국 리웨이의 강연을 시작으로 19일 일본의 마쓰야마 다쓰오(판화예술 편집장), 3월 11일 이태호(명지대 교수)씨가 각국의 목판화미술의 현재를 소개하는 강연을 한다. 전시는 4월 3일까지. (02)2020-2055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