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 자연주의 열풍이 한때의 트렌드로 그치지 않고 있다. 웰빙 바람과 맞물리면서 제품 생산에 있어 천연성분을 선택하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습관이 됐다. 천연성분은 저자극, 청정 이미지를 얻기 쉽지만 화학합성 성분 만큼 효과를 높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화장품 업체들은 유용한 자연성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애경의 대표 클렌징 브랜드인 포인트는 최근 경북 산청군의 유기농 발아현미가 11~22% 함유된 ‘라이스 발아현미 라인’(1만5,000~2만5,000원)을 새로 선보였다. 노폐물 제거, 미백효과가 있는 기존 쌀 성분의‘라이스 라인’이 포인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던데다, 발아현미에 미네랄 비타민 함량이 월등히 많다는 연구결과가 알려지면서 발아현미에 관심을 두게 됐다. 우선 내로라 하는 쌀 산지의 유기농 쌀을 분석, 상대적으로 효능이 좋은 강원도 철원쌀과 경북 산청쌀을 후보로 압축했다. 이중 산청의 ‘산골’ 이미지가 더 강해 자연주의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선택하게 됐다. 포인트 브랜드매니저인 홍상선 대리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산청 쌀이 보다 청정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요즘엔 외국 수입원료보다 국내 오지의 청정원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제품에 일본 수입 쌀을 원료로 넣을 때보다 원료비는 2배로 뛰었다.
1999년 처음 녹두를 화장품 원료로 쓰기 시작한 코리아나는 최근 ‘퓨어셀 녹두’라는 청정 브랜드를 출시했다. 엔시아에서 처음 내놓은 녹두 클렌저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자 아예 브랜드화시켜 클렌징 로션과 폼, 필링 젤, 컨트롤 팩 등(1만5,000~1만8,000원)을 출시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원료는 전북 정읍시, 전남 함평군 등에서 재배한 순 국산이다. 값싼 중국산도 있지만 국산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코리아나는 강원대 약대와 공동연구로 녹두 성분을 화장품 원료로 개발하면서 중국 연변산과 선양산을 모두 분석했는데 유효성분인 비텍신, 이소비텍신의 함량이 국산이 중국산보다 2~2.5배나 높았다. 코리아나측은 20억원을 들여 총 100여종의 한국자생식물을 분석, 이중 녹두 율피 등을 원료로 채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시장의 자연주의 붐은 수년내 사라질 트렌드가 아니어서 계속 새로운 원료개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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