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가 학장을 맡지 않겠다고 밝힌 직후인 15일 저녁 서울대 수의대 로비. 한 수의대 교수는 "내 생전 이렇게 많은 기자들을 보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가끔 황 교수를 농생대 교수로 잘못 소개하는 기사가 나올 만큼 이제껏 단 한 번도 언론의 조명을 받아보지 못한 수의대가 이번 파동으로 겪었을 충격이 이 교수의 말 한마디로 충분히 짐작이 갔다.
출마 권유를 완강하게 고사하던 황 교수가 고심 끝에 학장 선거에 출마한 것, 수의대 교수들이 만장일치로 그를 추대한 것은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된 연구동 하나, 축사 하나 갖추지 못한 수의대의 열악한 여건 때문이었다. 황 교수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애완동물 치료하는 게 수의학의 전부인 걸로 잘못 알려져 있다"며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조금만 더해진다면 수의학의 신세계를 멋지게 열어보일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애환을 토로했다. 그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력을 스카우트해 연구팀도 보강하고 싶고, 산업시스템을 갖춘 동물병원도 설립하고 싶은 게 개인적 욕심"이라며 "학장의 자리에서 지휘봉을 잡고 진두지휘하는 편이 연구에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이기적인 판단도 했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 황 교수를 국민과 언론은 "연구에만 전념하라"며 사퇴시켰다. 황 교수가 엄청난 지원을 받는 서울대 유일의 석좌교수라는 점, 평생 연구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기여했고 노벨상이 거론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퇴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가 연구 전념을 이유로 황 교수를 학장직에서 밀어낸 것이라면 그가 열악한 시스템에 대한 고민 없이 연구에만 매달릴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야 할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
박선영 사회부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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