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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황제가 을사조약 동의 안해"/ '을사늑약 100주년’심포지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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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황제가 을사조약 동의 안해"/ '을사늑약 100주년’심포지엄 잇따라

입력
2005.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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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조약 100주년을 맞아 제국주의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강점하는 과정에서 강요한 여러 조약의 불법성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일본군의 한국 주둔, 외교권 위탁, 대한제국 국정장악, 통치권 양여 등을 핵심으로 하는 이 조약들은 주권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위임장과 비준서 교환이라는 외교의 필수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이고, 따라서 조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는 18일 오후 1시30분 서울 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을사늑약, 그 100년의 기억’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연다. 이 자리에서 김삼웅 독립기념관장은 기조발표를 통해 을사늑약(勒約·강제로 체결한 조약)은 10가지 이유로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 김 관장은 체결자인 외무대신 박제순과 일본 공사 하야시에게 양국 통치권자의 위임절차가 없었으며, 조약의 비준권자인 광무황제(고종)가 당시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이 조약을 승인, 비준한 일이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어 이상찬 서울대 교수는 ‘1900년대 초 한일간 조약들의 불성립 재론’이라는 발표에서 ▦한일의정서(1904년 2월) ▦제1차 한일협약(1904년 8월) ▦제2차 한일협약(을사조약) ▦제3차 한일협약(정미조약·1907년) ▦병합조약(1910년) 문서들의 국제법적인 효력을 검토한다. 이 교수는 ‘1876년 조일수호조규 이래 조선과의 중요 조약체결에서 위임 조인 비준의 성립절차를 지켜왔던 일본은 대한제국의 주권을 제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빼앗는 조약에 대한제국 측이 반대하자 위임과 비준절차를 생략한 채 조인만으로 조약이 성립했다고 위장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히 1904, 1905, 1907년 조약을 한결같이 ‘한일협약’으로 부른 것(1, 2, 3차는 구별을 위해 편의상 붙인 이름)은 법적으로 이전 협약의 체결이 완료되어 효력을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을사조약과 영토문제-간도문제를 중심으로’를 발표하는 이성환 계명대 교수는 ‘을사조약 체결 이전 일본 군부와 이토 히로부미는 간도를 한국에 귀속시키려는 의욕이 강했고, 을사조약 체결에 저항하는 고종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외교권을 가짐으로써 간도문제를 유리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을사조약 체결 후 일본의 간도영유권 주장은 한인보호 차원으로 약해졌으며, ‘한국 쪽에서 볼 때 일본이 외교권을 가지면 간도영유권 확보에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는 오히려 간도영유권 주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을사조약 이후 일본이 간도를 청에 일방으로 넘겨준 것은 을사조약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재확인해주는 행태라고 주장한다.

이에 앞서 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와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 일본 국제기독대학 21세기연구소도 지난달 30일부터 이 달 1일까지 하와이에서 ‘한일간 1905년 협약은 강박으로 체결됐는가’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역사학자와 법학자 12명이 발표한 이 학술대회에서는 북한 대표로 참가한 일본 조선대 강성은 교수의 ‘외무대신 박제순에 관하여’라는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강 교수는 ‘황제의 지시에 따라 협상했다’는 을사 5적의 상소문이나 이토 히로부미의 ‘복명서’ 등을 근거로 일부 일본학자들이 고종이 을사조약 체결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당시 이토의 비서실장이 작성한 복명서 초안을 추적해 초안에는 ‘한국 황제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선명하고, 이를 가필해 수정한 흔적까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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