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그가 종로서적 소설 매장의 책임자로 일할 때이다. 내가 책 한 권을 펴내면 그는 그것이 팔릴 만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매장의 입구에서부터 저쪽 구석까지 요소요소에 ‘지겹게’ 깔아놓았다.
이번 설에도 아버지는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의 안부를 묻듯 그의 안부를 물었다. "익현이는 서울에서 잘 지내느냐?" "그럼요." "너한테 만이 아니라, 집안에 귀한 친구다. 귀하게 여겨라."
아버지는 내게 너희들은 서로 벗을 한 지 100년이 넘는 친구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그7를 처음 본 것은 초등학교 교실에서였지만, 그러기 전에 그 집과 우리집은 오랜 ‘세의(世誼)’가 있는 집안이라고 했다. ‘세교’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 말은 여러 대를 이어 사귀어온 정의가 있다는 뜻이다.
아버지들도 친구였고, 할아버지들도 친구였다. 어릴 때 우리는 둘 다 할아버지의 지팡이를 모시고 할아버지들이 모여 노는 장소로 따라다녔다. 우리들이 두는 장기를 뒤에서 훈수하시다가 그게 할아버지들의 장기가 될 때도 있었다. 그 위에 증조할아버지들도 친구였다고 한다. 이만하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친구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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