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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을 보내자-세계 우주개발의 현장] (7) 우주에서 인간 돕는‘로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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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을 보내자-세계 우주개발의 현장] (7) 우주에서 인간 돕는‘로보노트’

입력
2005.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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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노트, 렌치(wrench·너트나 볼트를 죄는 도구) 전달 바람."

"로보노트는 렌치 탐색 중. 렌치 발견. 렌치 들었음. 렌치 전달 완료."지난달 말 방문한 미국 휴스톤 미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JSC) 로봇 시스템 기술부 연구실에서는 우주에서 활동하는 인간을 도와줄 ‘로보노트’에 대한 실험이 한창이었다. 로보노트는 ‘로봇(robot)’과 우주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 ‘아스트로노트(astronaut)’의 합성어. 말 그대로 우주에서 활동할 수 있는 로봇을 뜻한다. 지상에서 인간을 돕는 로봇 개발에 드는 천문학적인 노력과 비용을 생각하면, 우주라는 극한 상황에 투입될 로봇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 작업일지 상상할 수 있다.

‘우주인’이라는 직업은 수십억 명에 달하는 지구인 중 선택된 극소수에게만 주어진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동경 대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이 우주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실제로 겪게 되는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 그만큼 로보노트의 역할이 중요한 셈이다. 로보노트 연구팀 론 디프틀러 박사는 "로봇을 활용해 우주에서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로보노트 개발 목적을 요약한다.

"지구 환경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벗어나는 순간 우주인은 강한 자외선과 희박한 공기 등 척박한 환경에 노출됩니다. 우주복을 입고 길게는 4시간 동안 호흡 연습을 해야 하는 등 준비 과정도 고통스럽지요."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주인은 도구를 전달하거나 부속을 가만히 잡고 있는 것 같은 단순작업을 위해 위험한 우주로 외출하는 상황에 자주 처할 수밖에 없다. 로보노트 연구는 바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JSC의 로버트 앰브로스 박사가 1990년대 초 ‘어려운 기술이나 전문적 지식이 없어돗도 소화할 수 있는 작업을 로봇이 해결해줄 수 있다면’이라는 발상을 하면서 시작됐다.

연구 목적에 걸맞게 모든 사양은 ‘어떻게 우주인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에 맞춰졌다. 얼굴과 두 팔 등 사람과 비슷한 모양을 띈 것도 우주인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혹시 로봇의 전원이 나갔을 때 팔이나 허리가 축 쳐지면서 우주인에게 상처를 입힐 가능성에 대비해 동력이 끊어지는 순간, 그 자세로 정지하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로보노트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와 비슷한 구조로 돼 있다. 인간의 뇌는 사물을 인식하고 느끼는 단순 작업을 하는 영역과 이를 분석해 판단하는 부위로 나뉘어져 있다. 로보노트의 지능 역시 명령과 사물을 인식하는 부위와 이에 근거해 행동을 결정하는 보다 복잡한 영역으로 나눠 설계됐다.

"우주에서 합동 작업을 할 때 우주인은 ‘볼트 찾음’, ‘볼트 전달’ 등 로보노트의 지능이 생각하는 것을 모두 들을 수 있습니다. 로봇의 다음 동작을 예측함으로써 로보노트를 신뢰토록 하기 위해서죠."

로봇은 ‘원격조종’과 ‘명령에 의한 자동 동작’ 등 두 가지 형태로 조종이 가능하다.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원격조종은 손과 머리 등에 가상현실 도구를 착용한 인간의 움직임에 따라 로봇이 똑 같은 동작을 취하도록 한 것이다. 인간이 일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통제력을 지닌 것이 장점이다. ISS나 지구에 있는 실험실에서 로봇을 조종하는 사람은 로봇이 우주 공간에서 느끼는 것을 그대로 전달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로봇에 입력된 기본적인 정보를 통해 로보노트가 우주인의 음성 명령을 분석, 적절한 동작을 취하게 하는 자동 동작 기능은 조종자가 피로를 느낄 때 유용하다. 그러나 원격 조종보다는 정교함이 떨어지고 다양한 동작을 구사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로보노트는 지난해 JSC에 있는 ISS 모형에서 우주인과 함께 하는 모의실험까지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그렇다면 로보노트는 언제쯤 우주왕복선을 탈 수 있을까. 디프틀러 박사는 "예산이 허용한다면 3~4년 후쯤 로보노트가 시험비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그 기간 동안 지구와 ISS의 거리 때문에 생기는 1~2초 정도의 원격조종 시차를 해결하고 만약에 일어날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우도록 할 예정"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화성탐사 등 인간이 직접 가기 어려운 극한 환경에 로보노트가 대신 투입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휴스턴=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세계 우주로봇 개발 현황/ 2002년 加 MSS 모듈이 시초 우주정거장 조립·유지 등 역할

과학자들은 캐나다가 1981년 만들기 시작해 2002년 완성한 국제우주정거장(ISS) MSS 모듈(module·독자적 기능을 가진 부위)을 우주 로봇의 시초로 꼽는다. 이 거대한 로봇 시스템은 우주정거장의 조립과 유지, 장비와 부속품의 전달 등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략 SSRMS SPDM MBS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원격조종 시스템을 담당하는 SSRMS는 우주선의 도킹을 지원하거나 위성 등 거대한 구조물을 나르도록 설계됐다. ‘캐나다의 손’이라고도 불리는 SPDM은 두 개의 로봇 팔로 구성돼 섬세한 조립 등에 주로 쓰인다. 레일 위에 설치된 저장 공간인 MBS는 주로 우주인의 이동을 돕는 한편, 로봇 팔이 ISS의 측면을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도 한다.

독일우주국이 92년 개발한 ROTEX는 지상에서 조종이 가능한 최초의 우주 로봇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일본 우주개발사업단은 97년 위성 ETS를 발사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실어보내 주목을 받았다. 이 로봇은 지상에서 원격조종을 통해 위성을 조종하고 궤도를 수정하는 등 어려운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NASA에서는 로보노트 외에도 우주 공간 탐사로봇 ‘에어캄’ 등 다양한 우주 로봇을 개발 중이다. 특히 지난해 화성에 파견된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행성 곳곳을 누비며 수많은 사진과 과학적 데이터를 보내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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