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시간을 쏟아 이제 막 소설 한 권을 탈고하고, 출판사의 출간 결정을 기다리는 교사 마일스(폴 지아매티)와 결혼을 일주일 앞둔 퇴물 배우 잭(토머스 헤이든 처치). 대학시절부터 우정을 키워 온 두 사람은 인생의 전환점을 앞두고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며 산타 바바라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름하여 ‘와인 시음 여행’.
그러나 와인의 은은하고 깊은 맛을 음미하는 데 여행의 의미를 두는 마일스와 결혼이라는 ‘무덤’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바람둥이 잭의 동행은 출발부터 삐걱거린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기분을 맞춰 주며 여행을 계속하는 두 친구. 샌포드, 솔뱅, 뷰엘톤, 로스 알라모스, 로스 올리보스 등 와인 명산지를 돌며 잭은 자신의 소원대로 예비 유부남 신분을 속인 채 여자사냥에 성공하고, 전처를 잊지 못하는 소심남 마일스는 주저하며 속 깊은 와인 애호가 마야에 다가간다.
그리고 찾아오는 작은 파국. 마일스는 실수로 잭을 곤란에 빠트리고, 지나친 ‘밝힘증’ 덕분에 잭은 코뼈가 부러지는 불상사와 알몸으로 밤길을 달려야 하는 봉변을 자초한다. 결국 둘은 쓸쓸히 귀환을 하면서 여행이라는 인생의 ‘샛길’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와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깨닫는다.
전작 ‘어바웃 슈미트’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었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깨끗한 오크통에 오랜 기간 숙성시킨 와인처럼 달콤하면서도 씁쓰름한 웃음을 선사한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펼쳐지는 포도밭과 각종 와인들의 빛깔이 관객들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영화.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영화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고, 27일 열리는 77회 아카데미 영화제 5개 부문 후보에도 올라 작품상을 놓고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에비에이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달러 베이비’와 경쟁하고 있다. 페인 감독의 아내이자 한국계 캐나다인인 산드라 오의 연기도 국내 관객의 눈길을 끌만하다. 18일 개봉. 18세.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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