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금리로 등 돌리는 고객을 잡아라.’
한동안 잠잠하던 은행권에 다시 ‘금리 전쟁’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금리 조정 시점을 금융통화위원회 이후로 늦춰 놓았던 은행들이 금리인상 시기와 폭 조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인상 여력이 그리 많지는 않은 편이다. 금리 바닥 인식 확산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금리) 급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박 승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인 탓이다. 오히려 지금의 금리 조정은 올 들어 저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은행 예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방어책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과 하나은행에 이어 우리 신한 등 주요 은행들이 금명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의 이번 금리 인상 움직임은 올 들어 시중 채권 금리가 급등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콜 금리 동결 이후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당분간 한은이 금리를 내리거나 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인상 요인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시중은행 수신 금리 담당자는 "분위기 상 금리를 인상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콜 금리 동결 이후 시중 금리 낙폭 등을 감안하면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며 "향후 수신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상당히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이 지난달 중순부터 벌써 1개월 이상 연 4.0% 짜리 고금리 특판 예금을 판매하고 있는데다, 1월 한달 새 은행권에서 무려 7조9,0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가는 등 저금리 여파로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처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르익은 금리 인상 분위기를 외면했다가는 고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자금이 순식간에 이탈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며 "타 은행 수신 담당자에게서 전화를 여러 차례 받는 등 은행간 눈치 보기와 신경전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금리 바닥에 대한 인식 확산, 시중 자금의 ‘탈(脫) 은행’ 현상, 한국씨티은행을 비롯한 외국계 은행의 공세적 영업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금리 전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은행들은 통상 0.1%포인트, 많아야 0.2%포인트를 넘지 않은 선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기업은행이 최고 연 4.2%짜리 특판예금을 28일까지 한시 판매하기로 한 것처럼 게릴라식 특판 전쟁이 다시 펼쳐질 가능성도 크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