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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로스쿨, 고시 학원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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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로스쿨, 고시 학원 안되려면

입력
2005.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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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연말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법학교육개혁의 일환으로 로스쿨을 도입하기로 한 뒤 구체적으로 실행방안을 논의하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그 안에서 누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조차도 안개 속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로스쿨 졸업자를 연간 1,200~1,500명으로 제한한다느니, 로스쿨을 인가제로 하되 전국에 6개, 혹은 10개 정도만 설립될 것이라느니 등의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공개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온갖 소문만 무성하게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각 학교마다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이미 온갖 형태의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추태도 빚어진다. 여러 대학들이 일본의 로스쿨을 찾아가 똑같은 질문과 자료들을 요구하니 그 곳에서는 "한두 번도 아니어서 이젠 학교운영에 방해가 될 지경"이라며 한국 대학 관계자들의 방문을 아예 사절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로스쿨의 수가 얼마나 되든 인가제를 채택하는 한 똑같은 조건을 갖추고서도 탈락하는 학교가 속출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도 이런 ‘부당한’ 차별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로스쿨 인가를 받은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는 곧 일류와 이류로 구분돼 낙인찍힐 것이다. 인가를 받지 못한 어느 학교도 참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설득력을 잃은 개혁은 혼란만 일으키고 실패할 것이다. 로스쿨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전국 법학 교수들의 분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매년 배출되는 법률가의 수를 통제하고, 이런 법률가를 배출할 학교를 소수 학교에 한정하여 인가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가 받은 몇몇 특정 학교에 ‘법률가 자격 판7매’의 특혜를 주는 꼴이 된다. 똑같이 로스쿨 설립조건을 갖추었는데도 어느 학교는 이 같은 엄청난 특혜를 누리는 반면 다른 학교는 배제된다면 이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되고 만다. 특히 법률가시험을 통과하는 연간 법률가의 수를 제한하면 각 학교들은 그야말로 학교의 명운을 걸고 시험합격자 수를 늘리는 경쟁에 목을 매달게 될 것이다. 합격률이 낮은 학교에 비싼 등록금을 내고 올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학교는 재정난으로 아예 문을 닫지 않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로스쿨이 아니라 최악의 고시학원이 되고 만다. 이런 상황은 이미 일본의 경우를 통해 익히 지켜 본 바와 같다.

로스쿨로의 방향을 정하는데만 10년이 걸렸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로스쿨 체제를 통해 법학교육과 법률가양성 시스템을 성공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제도디자인을 통해 이를 구체화해야 할 중요한 단계라는 말이다. 방향을 정하는 것보다 이를 제대로 시행하도록 정밀한 설계도면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고 어렵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며, 법률가는 어떤 과정으로 충원되어야 할 것인가를 아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스쿨 입학전형을 설계하는 것은 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반발을 무마하기보다 법학개혁의 원래 목표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시학원화한 법과대학의 정상화와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경쟁력 있는 법률가의 배출이 그것이다. 이런 목표가 결과로 분명하게 나오지 않는 한 개혁은 구두선이다. 따라서 로스쿨의 설립조건은 이런 결과를 분명하게 담보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무늬만 로스쿨일 때 이는 만들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로스쿨 개혁의 핵심은 연간 졸업자 수나 인가학교의 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설립조건에 있다. 어렵게 방향을 정한 로스쿨 개혁이 실패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종섭 서울대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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