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도 못하고 말도 잘 안 되는 장애학생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3년을 개근했다.
경남 창원 중앙고 3년 곽지훈(19)군은 16일 졸업식에서 개근상과 함께 학교장 특별상, 창원 중부경찰서장상, 경남도 장애인복지관장상 등을 탔다. 곽군은 생후 5일 만에 심한 열병을 앓은 이후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2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고교까지 모두 일반 학교에 다니며 보통 학생들과 어울려 지각이나 조퇴 한 번 없이 성실하게 공부했다.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선생님 입만 쳐다보고 수업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가 하면 친구들과도 문자로 대화를 해야 했지만 발랄함을 잃지 않았다. 어머니 백재심(45·체신 공무원)씨는 "나중에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보냈으며 친구들과 어울리도록 수화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동화책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읽어 주며 글을 깨치도록 하고 TV 자막 방송 출연자가 말하는 입 모양을 보고 의미를 알도록 ‘구화(口話)’ 훈련을 시켰어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특히 한 살 아래인 동생 지호(18)군은 초·중·고교를 함께 다니며 대변인 역할을 했고 학교 친구들도 쉬는 시간에는 필담으로 이야기하는 등 많은 배려를 해 주었다.
친구 서덕상(19)군은 "지훈이는 활달하고 사교성이 좋아 친구들과 잘 어울렸으며 축구 경기 때는 골키퍼를 도맡았다"고 말했다.
곽군은 초등학교때 각종 미술대회에서 입상할 만큼 미술에 소질이 있어 창원전문대 그래픽디자인과에 진학하게 됐다. 그래픽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려는 것이다.
창원=글·사진 이동렬기자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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