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간헐적으로 제기됐던 불법 대선자금 연루 정치인에 대한 사면론이 급 물살을 탈 조짐이다. 이번엔 이해찬 총리가 깃발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사면론에 대해 "광복 60주년을 맞아 국민 통합을 위해 여러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며 "올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성숙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 동안 여론의 역풍 가능성을 의식, 사면 문제에 극히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이던 정부가 거의 공식적으로 사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앞서 여권에서도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법 대선자금 연루자 사면 복권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해왔다. 최근 정·재계, 시민단체 및 정부가 추진 중인 ‘반부패투명사회협약’도 논의 확산의 계기였다. 협약이 체결되면 과거에 대한 잘못은 사면해주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게 여권 일각의 기대다.
여권 주변에서 3·1절 사면론이 흘러나왔던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반부패 추진위가 "반부패 협약이 정치인의 사면복권을 위한 것으로 왜곡될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면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이날 이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실제 사면이 이뤄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제는 여론이기 때문이다.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제 식구 살리기만 한다"는 비난이 일 소지도 다분하다. 특히 사면 대상자들이 불법 자금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반감도 남다르다고 봐야 한다.
결국 이 총리의 발언은 우선 여론의 반향을 살피기 위한 애드벌룬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8·15 광복 60주년 행사를 전후한 사면단행을 염두에 둔 탐색 전이라는 얘기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정치인은 정대철 전 의원, 권노갑 전 의원,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김영일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서정우 변호사 등이다. 현 정권 탄생의 공신인 정대철 전 의원에 대해서는 여권 핵심 인사들이 수시로 면회를 하며 관심을 보여왔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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