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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장애인교육 헌신’벽안의 백위열 나사렛大총장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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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장애인교육 헌신’벽안의 백위열 나사렛大총장 퇴임

입력
2005.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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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삶도 한국인으로 남아 봉사하며 지내겠습니다."

총장 전용차 대신 낡은 봉고차를 손수 운전하고 월급과 외부강사비 전액을 학교에 기부해 온 ‘청빈총장’이며, ‘장애인 교육의 선구자’로 알려진 충남 천안 나사렛대 백위열(63·미국명 William H. Patch)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17일 캠퍼스를 떠난다.

백 총장은 퇴임을 하루 앞둔 16일 "33년간 한국에 살다보니 내 몸에 흐르는 피 가운데 절반은 한국인의 피가 됐다"며 "남은 인생도 장애인과 재소자를 위한 봉사활동으로 보내고 이 땅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으로 로체스터 대학 상담학박사 과정을 마친 백 총장이 아내와 두 딸과 함께 한국에 온 것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3년. 선교와 재소자 교화를 위해서 였다. 나사렛신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던 그는 한국의 장애인들이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집 안에 숨어 생활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장애인 교육에 뛰어들었다.

그는 나사렛대 총장 부임 직후인 1996년 국내 대학 가운데 최초로 장애인 입학전형을 실시했다. 당시 국내 대학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로 장애인들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었다. 이어 2000년에는 장애인만을 위한 대학 부설 특수유치원 ‘새꿈학교’와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잇달아 개설했다. 이들 학교는 장애인을 우선으로 하는 시설과 교사진으로 국내 장애인교육의 모델로 자리잡았다.

현재 나사렛대는 전체 학생 4,400명 가운데 장애인 학생이 200여명에 달한다. 백 총장이 재임기간 장애인 특성화 교육에 힘을 쏟은 덕분이다. 장애인을 위한 2개의 재활학부와 유아특수학과, 특수교육과, 치료특수교육과 등 장애인을 돌볼 수 있는 교육교사 배출 과정도 개설됐다.

백 총장은 이 같은 장애인들의 배움에 대한 권리와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각종 사업으로 2003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장애인 인권상을 수상했다.

나사렛대 영어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부인 백경희(63·미국명 Gail S. Patch)씨도 남편과 함께 오랜 세월을 봉사하며 살아 왔다. 백 교수는 "완전한 한국인이 되고 싶어" 2살 난 한국 아이를 입양했고, 올해 30세가 된 캐빈은 미국 유학중이다.

백 총장은 퇴임으로 한국에 온 지 33년만에 처음 안식년을 갖게 된다. 그는 미국과 아시아 지역의 나사렛대 자매대학에서 재활프로그램을 연구하며 공동으로 장애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네트워크화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부인과 함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봉사로 제2의 삶을 살겠다고 했다. 백 총장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장애인 친구들이 있는 이 곳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북한의 어린이와 장애인을 돕는 일, 한국기업의 장애인 채용기피 현상을 변화시키는 일 등이 주요한 ‘할 일’이다"고 말했다.

천안=글·사진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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