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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성공하는 나라' 낸 이기동 교수/ "'불변의 사랑' 한류 작품에 知의 나라 日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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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성공하는 나라' 낸 이기동 교수/ "'불변의 사랑' 한류 작품에 知의 나라 日 감동"

입력
2005.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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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이기동(53) 교수라면 평생 노장(老莊)을 비롯한 중국철학의 연구와 저술에 천착해온 저명한 철학자. 그런 그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다룬 책 ‘곰이 성공하는 나라’(동인서원)를 펴내 화제에 올랐다. 언뜻 가벼운 수필투로 읽히지만 단군신화서부터 동양철학적 개념까지 종횡으로 활용한 분석이 지금까지 나온 유사한 주제의 책들과는 차별돼 보인다. ‘변신’이 뜻밖이어서 만나 보았다.

"동양 삼국의 철학을 비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정체성이 뚜렷이 확인됩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한국에는 고유사상이 없다느니, 정체성도 없다느니 하고 말들 하지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고 썼습니다."

이 교수는 문화를 지(知)와 인(仁)으로 크게 나눠 한국을 전형적인 인의 문화권으로 규정하는데서부터 논의를 전개한다. 아주 단순화해 말하자면 전자는 각각 구별되는 개체적 존재의 문화, 후자는 사람은 물론 자연까지 모두 다 같다는 만물일체적 문화다. 일본과 서구가 전자, 한국이 후자, 중국은 반반이 섞인 성향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리가 ‘하나되기’ 의식과 뿌리의식이 강항 것이 그 예입니다. 우리는 경쟁보다는 의리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능력이 더 많이 발휘됩니다. 보이지 않는 뿌리를 찾으려다 보니 종교도 성행하고, 또 창의력도 발달한 거지요."

최근의 한류 열풍도 다른 게 아니다. "지(知) 문화의 특성인 경쟁 제일주의의 폐해를 일본에서도 자각하면서 의리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거지요. 한류 작품이란 게 어떤 상황에도 변치 않는 사랑을 표현한 것들 아닙니까."

춘원의 민족개조론이나 김일성의 주체사상 등은 이런 우리의 장점을 인식 못하고 지의 문화로 무리하게 바꾸려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시도였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같다고 보는 한국인의 의식에선 상대가 대통령이어도 무시당하면 참지 못합니다. 법 보다도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을 유도해야 정치가 잘 됩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정치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의존성이나 획일성 등 우리들 인의 문화가 극복해야 할 단점들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결국 세계는 지에서 인의 문화로 바뀌어가리라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이 교수는 여러 차례 해외강연에서도 이런 논리로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이 책을 계기로 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몇 년 내 학문적으로 집대성할 계획이다. ‘태극과 풍류’라는 책 제목도 벌써 정해두었다. 일본에 관해 쓴 ‘국화와 칼(루스 베네딕트)’같은 성과를 분명 의식한 제목인 듯 싶었다.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똑똑해 보이는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단군신화가 그렇지 않습니까. 느리고 둔해 보이지만 곰이 성공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글 박석원기자 spark@hk.co.kr

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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