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메이저리그 대학살’
미국프로야구가 약물 스캔들로 발칵 뒤집혔다. 대학살의 진원지는 1985년부터 2001년까지 462개의 홈런을 날린 강타자 호세 칸세코(사진)의 자서전. 칸세코는 ‘약물에 취해(Juiced)’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14일(한국시각 15일) 출간된 이 책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실명까지 거론하며 구체적으로 언급,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이 책 출간 바로 다음날엔 미국연방수사국(FBI)의 한 요원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0년 전부터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알았지만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고 폭로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칸세코의 ‘X파일’에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도 술렁였다. 뉴욕 양키스의 훈련장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의 관심이 랜디 존슨, 칼 파바노, 자렛 라이트 등 새 양키스 거물 투수들 대신 X파일에 언급된 제이슨 지암비에 쏠린 것. 하지만 지암비는 부상으로 다음주에 합류한다. 양키스의 조 토레 단장은 "불행히도 훈련장이 스캔들에 사로잡혀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시판 하루 만에 베스트셀러 3위(인터넷 서점 아마존 집계)에 오르는 등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자서전에서 칸세코는 "오클랜드 시절 나는 라커룸 화장실에서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의 엉덩이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아주었다"고 고백한 뒤 "맥과이어가 지암비에게 스테로이드를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칸세코는 또한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도 약물의 힘을 빌려 성공했다면서 "스테로이드는 평범한 선수를 월등한 선수로 만들고, 월등한 선수는 엄청나고 전설적인 선수로 만든다"고 말했다.
두 사람 외에 ‘칸세코 리스트’에 오른 선수는 라파엘로 팔메이로, 후안 곤잘레스, 이반 로드리게스, 미구엘 테하다, 게리 셰필드 등 모두 각 팀의 간판급이다. 맥과이어는 성명서를 통해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강력 부인했지만 언론에 직접 나서기를 꺼려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볼티모어의 유격수 테하다도 전면 부인했지만 이 역시 직접 인터뷰가 아닌 성명서를 통해서다. 여론은 상황 설명이 구체적이고, 혐의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못하는 점을 들어 X파일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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