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로 해외를 선호하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하지만 겨우 일주일 남짓한 신혼휴가의 특성상 해외여행이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우선 비행시간만 적게는 4~5시간, 많게는 12시간 이상 걸린다. 공항대기시간을 포함하면 꼬박 하루를 공항이나 항공기에서 보내야 한다. 특히 지난 연말 발생한 남아시아 지진해일 여파로 올해는 유독 많은 예비부부들이 신혼여행지로 국내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신혼여행지로는 단연 제주가 으뜸이다. 전국 어디서나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국토의 남단이라 열대지방 못지 않은 이국적인 풍광도 펼쳐진다. 시간도 아끼고 경비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실속파 부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휴양지이다. 단순히 풍경만 보는 것이 아니다. 해외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이 기다린다. 제주의 바닷속 비경을 구경할 수 있다. 외국 잡지에서나 볼 수 있던 열기구나 ATV도 있다. 코발트색 넘실대는 해안도로를 오픈카를 타고 질주하는 호기도 부려본다. 요금이 조금 비싼 편이지만 해외에서 즐기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제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색체험여행의 세계로 들어가본다.
물 한 방울 적시지 않고 바닷속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세 곳에서 잠수함투어를 운영한다. 1988년부터 운행중인 서귀포·문섬을 둘러보는 잠수함 지아호가 가장 유명하다. 서귀포 앞바다에 떠있는 문섬은 세계 수중촬영대회가 개최될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특히 세계 유일의 맨드라미 산호군락지가 있다. 크지는 않지만 화려한 색깔의 산호를 구경할 수 있다.
창 밖의 스쿠버다이버가 물고기를 유인할 때면 ‘물 반 고기 반’이라는 표현이 실감날 정도이다. 대국해저관광(064-732-6060). 2000년 취항한 용궁호는 우도 앞바다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성산일출봉 옆 유람선선착장에%B서 출발, 우도봉 앞 기암절벽을 둘러본 뒤, 해조류와 물고기를 만나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제주씨월드(784-2338). 2002년 선을 보인 보이저호는 국내 최대 산호군락지로 알려진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를 둘러보는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취항지인 송악산 앞 해안지구는 예전부터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로 알려진 곳. 바닷속여행과 곁들여 해안절경을 덤으로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잠수함관광(794-2000). 승선료는 성인 4만9,500원, 청소년 3만9,600원, 어린이 2만9,700원. 비수기에는 20%가량 할인이 가능하다. 승선 2시간 전까지 예약을 해야 한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 적어도 ATV(All Terrain Vehicle)앞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4륜구동 오토바이인 ATV는 원래 목장 등의 농토개량을 위해 고안된 이동수단. 최근 레저용으로 개발됐다. 차 몸집에 비해 바퀴가 커 웬만한 환경에서도 뒤집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전하다. 최고속도 시속 50㎞이지만 체감속도는 두 배여서 짜릿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산방산 아래 위치한 산바다 ATV체험장이 대표적이다. 2㎞가량 뻗은 백사장을 질주하며 무한속도에 도전한다. 한라산과 오름을 오르는 코스도 인기. 기본 코스 2만5,000원선. (064)745-0753.
대형풍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은 외국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주에서는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열이 아니라 헬륨가스를 풍선에 주입, 하늘로 띄운다.
해발200m가량 하늘로 솟아오른다. 멀리 한라산은 물론, 서귀포 신시가지와 월드컵경기장이 보이고, 국토의 막내 마라도도 한 눈에 펼쳐진다.
천상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로맨틱한 장면 연출도 가능하다. 보다 자극적인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바람이 약간 부는 날을 택하면 된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조금씩 흔들리는 기구에 서있기만 해도 놀이동산의 기구 못지않게 짜릿하다. 12번 도로를 따라 중문단지와 서귀포시내 중간지점에 있다. 탑승시간은 25분가량이며, 요금은 2만4,500원. 예찬항공(064)732-3700.
렌터카를 타고 제주 곳곳을 누비는 것도 제주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해안도로, 산록도로, 5·16도로, 비자림로 등 저마다 독특한 풍광을 가진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로 손색이 없다. 제주로 가는 비행편을 잡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 제주에 들면 시내를 제외하고는 교통체증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과잉경쟁으로 웬만한 성수?%6기를 제외하면 40~50%가량 대여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국산 중형차의 경우 5만~6만 원 선이면 대여가 가능하다. 대장정렌트카(064-711-8288)
이왕 드라이브를 즐기려면 과감하게 오픈카를 타는 호기를 부려보자. 남국의 섬 제주에는 이미 봄냄새가 물씬 풍긴다.
창 밖으로 부는 바람이 생각보다 차게 느껴지지 않는다. PT크루저, 뉴비틀, 푸조206CC 등 외제 오픈카를 하루 7만원~10만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더드미렌트카(1544-4512).
글·사진=한창만기자cmhan@hk.co.kr
■ 전문가가 권하는 제주허니문 5계명
"제주는 해외여행의 대안지가 아닙니다. 이국적인 낭만과 여유,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제주 전문 여행사인 대장정여행사(1577-4241) 손태원사장은 제주를 이렇게 정의한다. 제주에서 여행사와 펜션을 운영하며 ‘여기서 자볼까’ 등 다양한 여행관련서적을 펴낸 제주전문가인 그가 신혼부부들에게 제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다섯 가지 계명을 알려주었다.
#입맛대로 골라라
동남아 등 해외신혼여행과는 달리 제주여행은 취향과 입맛대로 여행패턴을 선택할 수 있다.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려면 렌터카를, 현지인의 생생한 안내를 받으며 편하게 여행하려면 택시관광을, 많은 사람과 어울리고 싶다면 패키지여행을 택한다. 물론 가장 인기 있는 패턴은 렌터카를 이용한 자유여행이다. 고급펜션에서 숙박하며 렌터카를 대여할 경우 3박4일기준 32만~42만원, 특급호텔과 고급펜션을 함께 이용하고, 렌트를 하면 39만~42만원가량이다(항공권별도).
#이국적인 낭만을 즐겨라
제주는 육지와는 다른 자연환경과 문화적 배경, 관광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맘만 먹으면 동남아 못지 않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삼나무숲길이나 코발트빛 해안도로 드라이브가 대표적이다. 북미풍의 통나무 펜션이나 유럽풍 혹은 지중해풍의 펜션에서 숙박하며, 바비큐파티, 야외영화페스티벌 등 다양한 허니문 이벤트를 활용하면 금상첨화.
#체험여행을 즐겨라
보는 관광에서 탈피, 직접 체험하는 것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ATV나 열기구,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널려있는 곳이 제주이다. 해안동굴, 오름트레킹 등도 추천코스. 바닷가에서 직접 조개를 잡아 된장찌개를 끓여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대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라
제주의 호텔이나 펜션에는 신혼부부를 위한 많은 프로그램이 있다. 아로마 마사지, 기념식수, 케이크 만들기 등이 호텔의 주 아이템. 펜션에서는 자전거산책, 바비큐파티 등을 즐길 수 있다.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라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는 것이 진정한 추억 만들기 여행이다. 몇몇 관광지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해식동굴을 탐험하거나, 산간지역 오지마을에서 파종을 구경하는 등 차별화한 컨셉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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