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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 다룬 작품 잇단 개봉/ 영화같은 삶이 실제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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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 다룬 작품 잇단 개봉/ 영화같은 삶이 실제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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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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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을 다룬 영화 ‘에비에이터’ ‘레이’ ‘네버랜드를 찾아서’가 잇따라 개봉한다. 너무 잘 알려진 인물의 외면과 내면을 재구성해야 하는 난점에도 불구하고, 세 작품 모두 27일 열리는 제77회 아카데미영화제 여러 부문에서 수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각 영화의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니 뎁, 제이미 폭스의 명연기에 대한 찬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모두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의 후보로 올라 있음은 당연.

■ 세 영화 주연배우는

◆ 네버랜드를 찾아서/조니 뎁, 순수의 세계 지킴이로

자라지 않는 이들의 세계 ‘네버랜드’. 지난해로 이 멋진 세계가 탄생한지 100년이 됐다. ‘피터팬’의 원작자 J.M. 배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Finding Neverland)의 제작진은 작가 배리가 직접 적은 배우들의 조건을 참조해 주인공을 물색했다. ‘모든 캐릭터는 어린이 마음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제작진의 머리를 스친 배우가 바로 조니 뎁(42)이었다. 마크 포스터 감독은 "어른이 되기 원치 않았던 작가 역에 조니 뎁은 적임이다. 그의 내면은 순수한 영혼이 언제든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극작가인 J.M. 배리가 네 명의 아들을 키우는 미망인 실비아 데이비스(케이트 윈슬렛)와 교류하며, ‘피터팬’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애들은 자면서 커요. 억지로 재우지 마요." 배리는 어른과 아이의 중간 지점에서 살던 사람이다. 아버지의 부재와 병든 어머니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갇혀있는 고래’를 끌어내고, 연극을 통해 ‘아이다운’ 세계로 4형제를 이끈다. 영화 속에서 배리와 아이들의 연극장면이 실제 네버랜드로 전환되는 장면은 환상적이다. 특유의 무심한 표정과 태도의 조니 뎁은 ‘경계인’ 배리 역에 적임이다. 가장 섹시한 남자, 쿨한 남자를 뽑을 때 빠지는 법이 없지만, 그는 "나는 별로 잘 생긴 얼굴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에도 "나는 너무 과대평가 되어 있다"고 딴청이다. 25일 개봉. 12세.

◆ 에비에이터/ 디카프리오, 휴즈 奇行 열연

193㎝의 훤칠한 키에 이지적인 얼굴, 18세에 아버지 회사를 이어받아 억만장자의 자리에 오른 재력, 91시간 만에 비행기 세계일주, 미국항공산업의 선도자….

좌절을 모르는 도전정신과 그칠줄 모르는 야망을 에너지 삼아 20세기를 불꽃처럼 살다간 하워드 휴즈(1905~1976)의 이력이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에비에이터(The Aviator)’로 처음 필름에 담아낸 것이 뒤늦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일생은 치열함과 화려함 그 자체다. 할리우드의 어느 제작자라도 탐을 낼만한 그의 일대기를 영화로 구체화한 스타는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31).

그는 30분마다 한번씩 비누로 손을 씻고, 공중 화장실 문을 맨손으로 만지지 못할 정도로 결벽증에 시달리던 휴즈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와 장기간 상담을 하기도 했다. 그런 열정은 연기 속에 그대로 녹아 들었다. 20대 야심찬 청년사업가의 모습에서 탈세혐의로 의회 청문회에 섰을 때의 노회함까지, 디카프리오는 흔들림 없는 열연을 펼친다. 18일 개봉. 15세.

◆ 레이/ 제이미 폭스, 천재 고뇌도 소화

지난해 6월 급성 간질환으로 타계한 천재 뮤지션 레이 찰스의 생애를 그린 테일러 핵포드 감독의 ‘레이’(Ray)는 무려 15년 전부터 기획된 작품이다. 무엇보다 주연배우 결정이 어려웠다. 연기력은 물론이고 음악적 감각도 필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제작진의 눈에 띈 제이미 폭스(38). 코미디언으로 시작해 ‘애니 기븐 선데이’ ‘알리’ 등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 받았고, 3세 때부터 피아노를 쳐 음악 실력까지 갖춘 그는 레이 찰스 역에 적격이었다. 레이 찰스 옆에 나란히 앉아 피아노 테스트까지 치른 끝에 그는 주인공 역으로 낙점됐다. 레이 찰스는 특히 고개를 삐딱하게 쳐들고 온 몸을 좌우로 힘있게 흔드는 동작까지 그대로 따라 하는 제이미 폭스의 모습에 반했다고 한다.

제이미 폭스는 레이 찰스의 손동작을 수도 없이 연구했고, 음악 레슨도 받았다. 그 결과 직접 피아노를 치며 연주장면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뿐만 아니다. 레이 찰스의 고통을 실감하기 위해 하루 종일 눈 위에 인공눈꺼풀을 붙인 채 암흑 속에서 생활했다. 단 하나, 노래만은 레이 찰스가 직접 불렀다. ‘영혼의 목소리’까지 어찌 흉내내겠는가. 덕분에 제이미 폭스의 연기는 레이 찰스의 고뇌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25일 개봉. 15세.

■ 실존인물의 삶은

◆ '피터팬' 작가 J.M. 배리/ 형이 죽은 후 피터팬처럼 살아

‘피터팬’의 작가 J.M. 배리의 삶은 그리 행복했다 할 수 없다. 그가 평생 피터팬으로 살았던 이유를 전기 작가들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해석한다.

명석한 형이 13세에 사고로 숨진 후 그는 종종 형처럼 분장한 채 어머니 앞에서 연극을 했고, 그 때부터 성장을 멈췄다는 것이다. 영화와 달리 배리가 데이비스 가문과 친해진 당시 아이들의 아버지 아서 데이비스는 생존해 있었고, 아이들은 모두 5형제였다. 그 중 가장 귀여워한 이는 셋째 피터가 아니라 넷째 마이클이었다.

배리가 피터의 이름을 딴 ‘피터팬’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 ‘자라지 않는 소년, 피터팬’(1904년)을 무대에 올려 큰 인기를 얻은 후 아서(1907년)와 실비아(1910년)는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맏형인 조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했고 마이클은 대학 재학 중 익사했으며 피터는 자살했다.

◆ 백만장자 하워드 휴즈/결벽증 심%9해 진공 유리방 생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공구회사를 기반으로 20세기 최초의 백만장자가 된 하워드 휴즈는 특이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그는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직원들에게 흰색 장갑을 끼게 했다. 사람들은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정해진 구역 안에 선 채 그와 대화해야 했다. 말년에는 진공 유리방에서 지냈으며 사각 티슈곽을 신고 다니는 등 기행으로 유명했다. 엄청난 여성편력을 자랑했던 그는 특히 가슴이 큰 여자를 좋아했다. 하프 컵 브래지어를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그다.

◆ 천재 뮤지션 레이 찰스/한때 정신병원 수감… 말년엔 행복

영화 ‘레이’는 레이 찰스의 불운했던 유년기부터 방황 속에 명곡들을 탄생시킨 중년까지를 다루고 있다.

인생 전반을 돌아 봤을 때 레이 찰스는 매우 드물게도, 행복하게 살다 간 천재다.

영화에서처럼 헤로인 중독으로 세 번이나 구속되고 정신병원에 수감되기도 했지만, 90년대 들어 마약을 끊고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

지난 해 3월 BB 킹, 엘튼 존, 벤 모리슨, 노라 존스 등 유명 후배 뮤지션과 함께 작업한 앨범 ‘Genius Love Company’는 유작이 됐지만 이 음반으로 13일 열린 제 47회 그래미 상에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등 8개 부문의 상을 수상해, 행복은 사망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최지향기자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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