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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檢조서 증거능력 불인정·공판중심주의 '못마땅'/검찰 "수사기록 제출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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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檢조서 증거능력 불인정·공판중심주의 '못마땅'/검찰 "수사기록 제출 않겠다"

입력
2005.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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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례와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원칙 등에 대한 대응으로 재판부에 피의자 진술조서 등 수사기록 일체를 제출하지 않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남기춘 부장검사)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최완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서울 강동 시영아파트 재개발 비리 사건 첫 공판에서 "법정에 검찰 수사기록과 증거 등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소장과 달리 수사기록 제출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지만 수사기록 없는 공판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재판 진행과정이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형사재판에서 검찰 수사기록을 법원과 변호인이 공유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검찰은 모두발언에서 "법원이 뇌물 수수자의 구속영장은 3차례 기각하고, 뇌물 공여자의 영장만 발부하는 바람에 관련자들이 모두 입을 닫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정에서 피고인과 증인에 대한 신문과 증거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충실히 따를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종전의 형사재판이 검찰수사 결과를 법정에서 확인하는 절차였다면, 이번에는 법정을 사실상 ‘수사의 장(場)’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검찰은 곧바로 이날 "2명 피고인에 대해 각각 2~4시간의 강도 높은 법정신문을 할 예정이니 특별기일을 잡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판이 끝난 뒤 "대법원 판례로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 상황에서 수사기록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며 "앞으로 20~30명에 이르는 증인들을 모두 법정에 불러내 강도 높게 신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이 같은 방침은 사건 수사과정에서 핵심 인물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잇따라 기각된 데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사태에 변호인 측은 당혹한 빛이 역력했다. 변호인들은 "수사기록을 검토하지 않고는 검찰 신문에 제대로 방어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며 재판부에 수사기록 제출을 명령하도록 인증등본송부촉탁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피고인 면담을 통해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도 "인증등본송부촉탁은 본 사건이 아닌 참고사건에 대해 신청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다음 기일로 넘겼다.

강동 시영아파트 재개발 비리 사건은 철거업체 대표 상모씨가 재개발 조합장 김모씨에게 2002년부터 14차례에 걸쳐 총 1억4,000여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 상씨가 조성한 수십억원의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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