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수강생 1년사이 12% 감소’, ‘EBS(교육방송) 수능강의 시청가구 월평균 사교육비 10만원 절감’, ‘특수목적고 운영 정상화’….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2월17일부터 시행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1년간 추진한 결과 이 같은 성과가 나타났다"고 16일 발표했다. 사교육비 경감대책 ‘처방’이 학교 밖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각종 사교육을 학교 안이나 교육방송 및 인터넷으로 끌어들여 학부모의 부담을 상당부분 줄이는 등 ‘효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선 학교 현장과 교육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고있다.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목표가 학교교육 내실화를 통한 공교육 신뢰회복과 대학서열구조 완화 등 중·장기과제에 맞춰져 있는 만큼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 성과는? = 교육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 성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사이 학원수강생수는 12% 가량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회원 가입자수가 150만명에 달하는 EBS 수능방송과 일반계 고교생의 80%가 참여하는 방과후 수준별 보충학습의 영향이 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EBS 수능강의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일등공신’이었다. 여론조사기관인 엠비존씨앤씨가 지난해 11월 수능강의를 시청하는 학생 및 학부모 각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교육비가 월평균 10만6,000원 감소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월평균 16만9,000원이 줄어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학교 유휴시설과 인적자원을 활용해 학교급별 특성에 맞게 진행되는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평가됐다. 전북교육청은 강사활용 종일제, 학교시설 위탁 운영 등으로 연간 약 20억원의 사교육비를 절감했다.
‘의대나 법대 진학 중간다리’라는 지적을 받아온 외국어나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운영도 정상화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008학년도부터 특목고생이 동일계열이 아닌 의대나 법대 등으로 진학할 경우 내신성적 상대평가 적용 등의 불이익을 받게되면서 올해 외고 신입생 입학경쟁률이 작년보다 32% 떨어졌다.
◆ 과제는? = 하지만 이 같은 성과 이면에는 간단치 않은 문제들이 자리하고있다. 우선 사교육비 경감효과 부분이 개운치 않다. 교육부는 학원 수강생수가 12% 줄었다고 했지만 전수조사를 통한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 지난해 학원업 매출과 수강료 등을 감안해 산출한 ‘추정치’일 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학교의 강제자율학습 등의 영향이 더 큰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있다.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서비스 기회가 크게 확대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있다. 수능강의를 보기 위해서는 질 좋은 인터넷서비스나 위성방송 수신시설이 있어야 하지만 소외계층이나 가난한 집의 학생들은 장비를 구하기란 불가능하다.
또 전문가들은 ‘공교육 위축’을 가장 우려하고있다. EBS 수능강의가 실제 수능시험과 연계되면서 공교육은 뒤로 밀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진단 때문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백순근 교수는 "사교육비 경감대책도 좋지만, 대책의 핵심이 수능강의에 집중된다면 공교육을 희생시키면서 사교육을 잡는 꼴이 된다"고 꼬집었다.
김진각기자 kimj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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