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인슈타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머리 속은 언제나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꿈나무들이 과학자를 만나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을까.
22, 23일 이틀간 서울대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을 위한 자연과학 공개강연’이 열린다. 별이 반짝이는 이유부터 미래 진로에 대한 고민까지,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 연세대 천문학과 이영욱 교수 등 분야별 한국 최고의 과학자들이 강연에 앞서 초·중·고교 학생들의 싱싱한 질문에 답장을 보냈다.
정리=김신영기자 ddalgi@hk.co.kr
Q = 별은 왜 반짝이나요?
경기 일산 율동초등학교 2학년 이선호
A= ‘하늘의 별이 왜 반짝이는가’ 하는 문제는 인류가 동굴 생활을 하던 구석기 시대부터 품었던 질문입니다. 하지만 별이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어 연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그 이유는 1930년대가 돼서야 밝혀졌습니다.
별이 반짝이는 이유는 ‘수소핵융합반응’이라는 독특한 작용 때문입니다. 온도가 아주 높고 물질이 촘촘하게 뭉쳐있는 별의 중심에서는 가벼운 물질끼리 부딪히고 합쳐져 무거운 물질로 변합니다. 이 때 에너지를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열과 빛이 나는 거예요. 별에서 일어나는 이 복잡한 반응에서 산소 우라늄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원소들이 만들어졌어요. 우리 몸도 결국 별들이 만들어낸 물질들로 구성됐답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신기한 수소핵융합반응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연구했습니다. 이 기술은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수소폭탄은 물론 미래의 에너지원을 개발하는데도 쓰일 수 있거든요. ‘별이 왜 빛나는가’를 먼저 알아내고 열심히 연구한 독일 미국 같은 나라들은 20세기의 강대국으로 성장했지요. 학생도 ‘별이 왜 반짝이는가’ 하는 질문을 계속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면, 우리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큰 발견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연세대 천문학과 이영욱 교수
Q =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가 우리나라까지 건너와 피해를 준다고 들었어요. 한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다른 나라 환경을 망치는 경우가 많이 있나요? 또 과학이 환경을 망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반대로 오염을 막을 수는 없는지 궁금해요.
경기 지장초등학교 5학년 탁성원
A = 매년 봄이면 황사 때문에 모두들 건강이 많이 상하지요. 중국 몽골 등 아시아 중심에 있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먼지 때문에 발생하는 황사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바다 건너 미국 알래스카까지도 피해를 준다고 해요.
국경을 넘나드는 환경 오염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온난화에서도 볼 수 있어요. 과학자들은 미국이 온난화 원인의 35% 정도 책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만들어지는 공해 물질이 전 지구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죠.
과학자들은 현재 지구를 괴롭히는 환경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오염을 막는데도 힘쓰고 있어요. 이를 위해바다 깊은 곳에서 발견되는 물질 등 새로 개발하는 분야가 있을 때 어느 정도 발굴하고 멈춰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것이 지구환경과학의 큰 일 중 하나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최적화’라고 부르지요.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꼼꼼히 분석하고 생각한다면 지구를 많은 ‘몸살’로부터 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정해진 교수
Q = 과학자로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갖는 강점이나 여성이라서 힘드셨던 점에 대해 말해주세요.
경기 일산 화정고 1학년 장정윤
A = 여성이 과학자 되기가 남성보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여성만이 갖는 특별한 강점이 있다고 보지도 않아요. 성별보다는 개인이 갖는 특성이 더 중요하겠지요.
사람들은 흔히 여성이 섬세하고 남성은 대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섬세하고 꼼꼼한 남성 과학자도 많고 대범하고 도전적인 여성 과학자도 드물지 않습니다. 과학의 여러 분야 중 생물학 쪽에 여성이 강세인 것은 아마도 생물학이 복잡한 이야기를 구성하는 성격을 갖고 있고, 이 같은 능력은 여성이 좀 더 강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벨 물리학상이나 화학상을 받은 여성들도 있는 걸 보면, ‘여성 과학자는 이러이러하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한 것 같아요. 학교 다니면서 공부할 때도 여성이라서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요즘은 여성이어서 더 대접 받고 주목 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오늘날 과학계에 남녀차별이 줄어든 것은 과거 어려운 시절 변변한 직책도 없이 남의 연구실에서 실험하며 훌륭한 업적을 남긴 여성 과학자 선배들 덕분입니다. 앞으로 후배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도 열심히 노력할게요.
서울대 화학부 석차옥 교수
Q = 입학을 앞두고 물리와 관련한 책을 읽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 감동 깊게 읽으셨던 책(들)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서울 여의도고 3학년 하태석
A = 젊은 시절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책은 194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던 일본인 유가와 히데키(湯川秀樹)씨가 쓴 에세이 모음집이었습니다. 그 분은 한 에세이에서 "왜 나무나 구름 같은 자연은 복잡한 곡선이고 사람이 만든 전신주나 아파트 등은 직선으로 돼 있을까. 아마 인간은 하나님처럼 복잡한 곡선을 쓰지 못해 자연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좀더 생각해보면 복잡한 곡선 역시 잘게 보면(미분하면) 직선으로 돼 있다. 이 직선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밝혀내는 것이 ‘물리학'이라는 것으로 깨달았다"고 쓰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극미의 세계'라는 제목의 이 책은 번역본이 나와있지 않지만, 물리학을 꿈꾸는 많은 청소년들의 장래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소개합니다.
그 외에 현대 물리학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승산출판사), 물리학의 명저로 꼽히는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삼성출판사), 제가 쓴 ‘겨우 존재하는 것들'(사이언스북스) 등을 추천합니다.
서울대 물리학부 김제완 명예교수(한국과학문화진흥회)
Q = 저는 생물을 좋아해서 박사님 같은 세계적인 생명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생명과학자가 되기 위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할까요?
경기 수지 정평중 2학년 황현
A = 생명과학자가 되겠다고 하니 반갑습니다. 학생의 질문을 받고 제 중학생 시절을 되돌아보았습니다. 농촌에서 자랐기 때문에 소를 볼 기회가 많았는데, 소의 눈망울을 보면서 동물에 관한 연구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물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서 동물에 관한 책이라면 무엇이든 찾아 읽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서서히 품기 시작한 꿈을 일관되게 추진했기에 지금 제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도 우선 생명과학이나 생물의 현상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기 바랍니다. 좋은 과학자A가 되는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을 겁니다. 학교에서도 생물 화학 물리 등 생명과 자연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목들을 충실히 공부한다면 더욱 좋겠지요.
자연 현상에 대해 무한한 탐구심을 갖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규명해내고야 말겠다는 ‘과학자적 인내력’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생명과학자는 무엇보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
Q =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입니다. 수학을 전공하면 수학 선생님 외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요.
서울 월촌중 2학년 김현정
A = 수학 전공자가 갖게 되는 직업으로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게 수학자입니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과학기술 수준에 의해 결정되며, 또 한 국가의 과학기술의 발전 정도는 수학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어요. 그렇다면 수학은 과학기술 발전의 초석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지요.
미국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에는 1,000명이 넘는 수학 박사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주식이나 선물시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수식을 이용해야 하므로 수학 전공자들의 능력이 꼭 필요하지요. 또 인터넷 전자상거래에서 필수 기술인 암호를 개발하는 일도 수학자들의 몫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은 연합군과 독일군, 일본 사이의 암호 해독과 관련돼 있습니다. 수학의 한 분야인 ‘암호론’은 이용 가능한 암호를 개발하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 줍니다.
미국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1990년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뒤 "이번 전쟁은 수학의 승리"라고 언급했듯이 무기의 개발에도 수학은 관련됩니다.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 상품인 반도체 칩 설계에도, 컴퓨터그래픽이나 디즈니 만화영화를 제작할 때에도 미분기하 수치해석 같은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답니다. 이처럼 수학이 응용되는 분야는 참으로 다양하며, 따라서 수학을 공부한 후 진출할 수 있는 분야 역시 다양한 셈이지요.
홍익대 수학교육과 박경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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