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위기에 빠진 MBC를 누가 살릴 것인가.
MBC 신임사장 공모 지원이 16일 마감됐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상희)는 서류심사를 통해 17일 최종 후보군을 확정, 경영계획서를 받은 뒤 22일 개별면접을 거쳐 새 사장을 내정할 예정이다. 내정자는 25일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된다.
이번 인선은 처음으로 공모(타인 추천 포함)로 이뤄지는데다, MBC가 프로그램 전반의 경쟁력 하락과 명품 핸드백 파문 등 잇단 잡음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치러져 큰 관심이 쏠려있다.
공모에는 사내에서 일찌감치 거명돼온 김강정(62) 목포MBC 사장, 김용철(56) 부사장, 구본홍(57) 보도본부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젊은 기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다크호스’로 부상한 최문순(49) 보도제작국 부장도 이날 사표를 내고, 지원했다. 모두 기자 출신이다. 사외에서는 MBC PD 출신인 고석만(57) EBS 사장이 시민단체 추천으로 지원했다.
엄기영 뉴스데스크 앵커(특임이사)와 성유보 방송위원,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해성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위원장도 타천으로 거론됐으나, 모두 고사했다. 이들은 "추천을 받더라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지원자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력과 지원세력 등으로 미뤄 사내인사 4명과 타천에 응하겠다고 밝힌 고석만 사장 등 ‘5파전’이 될 전망이다.
김강정 사장은 보도국장, 경영본부장 등을 지낸 뒤 목포MBC 사장을 맡아 3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김용철 부사장은 정책기획실장과 춘천MBC 사장, 구본홍 본부장도 보도국 주요 부장과 경영본부장 등 경력이 강점이다. 이들은 MBC 노조가 14일 성명에서 강력 비판했듯이, 경영진으로서 현재 위기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고석만 사장은 스타 PD 출신으로 KTV와 EBS 사장을 지내며 경영 능력도 인정 받았다. 그러나 EBS 노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노조는 16일 밤 성명을 내고 "EBS가 영전을 위한 디딤돌이나 정거장이냐"고 비난한 뒤 "양다리를 걸치지 말고 사표부터 내라"고 요구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최문순씨. 1996년 파업 주도로 해직됐다가 복직 후 2000년 언론노조 초대 위원장을 지낸 그는 최근 MBC 뉴스의 보수화를 비판하는 등 사내 개혁세력의 선봉에 서왔다. 일각에서는 이미 그가 방문진 이사 9명 중 4명의 지지를 확보해 선임이 유력하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개혁 성향만 내세울 뿐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지나친 파격 인사가 자칫 조직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느 후보가 선임되든 위기에 빠진 MBC를 뿌리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힘겨운 과제를 안게 된다. MBC의 한 간부는 "MBC를 살리려면 뚜렷한 방송철학과 경영능력 등을 두루 갖춘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면서 "방문진이 특정세력의 여론몰이나 사소한 인연에 휩쓸린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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