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새 인생을 여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결혼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것 저것 계획하고, 요모 조모 따지고…. 머리와 다리는 아프지만 마음은 벌써 행복의 계단을 오른다. 신혼여행, 혼수, 드레스 등 결혼에 꼭 필요한 정보를 소개한다. 요즘 결혼 문화의 흐름도 짐작한다. 신혼부부의 최대 관심은 역시 허니문. 신혼의 행복지수는 여행의 성패가 좌우한다. 지난 연말 남아시아의 쓰나미로 많은 인기 여행지로의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 방향을 조금 바꾼다. 망망대해 태평양에 보석처럼 떠 있는 섬들이다. 피지, 뉴 칼레도니아, 팔라우. 비취색 물빛과 맑은 자연이 신혼의 단꿈을 더욱 반짝거리게 할 것이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 피지
피지는 화산섬의 군락이다. 물속 분화구가 바닷물의 온도를 높여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산호를 불러모았다. 그래서 피지는 화산섬의 역동성과 산호섬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곳이 됐다. 피지는 휴식 여행지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해변에 누워 나른함을 만끽하거나 해변의 소파에서 책을 읽는 여행객이 많다. 해변을 따라 지어진 많은 리조트나 호텔의 객실에는 TV가 없다. 심지어 전화조차 없는 곳도 있다. 일상으로부터의 완전 탈출이다. 리조트나 호텔은 높지 않다. 기껏해야 2층 정도이다. 객실 바로 앞은 바다. 무료해지면 물속에 뛰어들어 남태평양의 바닷물을 즐긴다. 벽안의 여행객들은 대부분 이런 목적으로 피지를 찾는다. 그러나 동양 여행객, 특히 활동적인 한국 여행객에게는 조금 답답하다. 대안은 무궁무진하다.
면적이 제주도의 약 3배인 본섬 비티레부에는 1,000c에 가까운 산봉우리들이 있다. 산이 있으면 골이 있는 법. 골짜기를 따라 맑은 물이 흐른다. 물은 평평한 곳을 흐르기도 하지만 격한 지형에서는 큰 폭포를 이룬다. 폭포는 바닷가에서 걸어서 30분~1시간 거리에 있다. 이런 폭포를 즐기는 트레킹 프로그램이 있다. 열대의 온갖 아름다운 꽃과 새들이 눈과 귀를 쉬지 못하게 한다. 땀이 맺힐 무렵이면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폭포 아래에는 언제나 웅덩이가 있는 법. 옷을 벗으면 모두 수영복 차림이다. 맑은 웅덩이로 풍덩풍덩 들어간다. 트레커들이 땀을 씻는 동안 원주민들은 열대 과일을 한상 푸짐하게 차린다.
작은 섬으로의 여행도 매력적이다. 야자수가 살아 있는 섬이면 대소를 막론하고 대부분 리조트 시설을 갖추고 있다. 본섬에서 배나 경비행기, 헬기를 타고 작은 섬으로 이동해 즐긴다. 당일 프로그램이 일반적이지만 숙박 시설이 있는 섬에서는 며칠 지내고 나오기도 한다. 비티레부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20분 거리에 있는 마나섬이 동양 여행객에게 인기 짱이다. 물이 맑아 스노클링과 카누를 즐기기에 좋고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다.
돛단배(범선)를 타고 더 먼 바다로 나서는 크루즈 여행도 즐겁다. 하루 일정의 이 관광은 인종이나 나라가 각양 각색인 30~40명이 동행한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가 촬영됐던 몬드리키섬이 인기가 높다. 백사장에 누군가 나뭇가지를 이어서 ‘CASTAWAY’라고 커다랗게 써놓았다.
◆ 피지 여행법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다가 1987년 10월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원주민은 피부에 멜라닌색소가 많은 멜라네시안이다. 인구 약 80만. 4개월의 관광비자를 받는다. 3개월 이상 유효한 여권과 떠날 때의 항공기 티켓이 있어야 한다. 화폐는 피지 달러(FJD)로 1FJD는 약 700원. 한국에서 US달러로 환전한 후 현지에서 바꿔야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3시간 빠르다. 직항노선이 인천공항과 피지의 난디국제공항을 왕복운항한다. 여러 섬리조트를 연계한 다양한 여행상품이 나와 있다. 피지전문여행사인 피지닥(02-884-4490) 등에서 판매한다.
■ 뉴 칼레도니아
호주 북동쪽에 있는 따뜻한 봄의 나라이다. 몰디브가 ‘인도양의 진주’라면 뉴 칼레도니아는 ‘천국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불린다. 눈이 부실 정도의 파란 물, 산호와 열대어 등은 몰디브의 그것과 비슷하다. 납작한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몰디브가 일직선에 가까운 스카이라인을 가졌다면 높은 산이 많은 뉴 칼레도니아는 불쑥 솟아있다. 역동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1774년 영국인 제임스 쿡 선장이 발견했고 1853년부터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왔다. 태평양의 자연이지만 프랑스의 문화가 지배한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이 곳을 ‘섬나라 프랑스’라고 부른다.
뉴 칼레도니아에는 다양한 여행법이 있다. 먼저 헬기를 탄다. 바다와 섬, 그리고 산록의 모습을 대충 머리 속에 담는 일종의 프리뷰다. 수도 누메아의 호텔 중에는 자체 헬기를 갖고 있는 곳이 있다. 그리 비싸지 않다. 하늘에서 보는 파란 바다와 섬의 모습은 수평으로 보는 것과 많이 다르다. 확연한 것은 색깔. 섬 주변의 산호초와 어울려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 같다.
뉴 칼레도니아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생물 다양성 지역이다. 내륙의 여행 프로그램이 인기이다. 4륜 구동차를 타고 산에 오른다. 숲으로 들면 자연의 선명함이 눈에 들어온다. 굵은 나무들도 그렇지만 천지에 만발해있는 야생화가 압권이다. 야외 바비큐 점심도 맛있다. 맑은 계곡물, 크고 작은 폭포, 이 나라를 한동안 먹여 살린 노천 니켈 광산 등 볼거리가 널려 있다.
하이라이트는 바다. 특히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남쪽의 작은 섬 ‘일데팡(Ile des pins·소나무섬)’이다. 누메아에서 비행기로 20분 거리에 있다. 오로섬이 명물이다. 섬을 빙 둘러 수로처럼 바닷물이 흐른다. 산호바닥이 패여 생성된 천연수영장이 있다. 밀물이 들 때는 바다이고 썰물이 되면 파란 수영장이 된다. 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붉고, 노란 물고기들이 떼지어 헤엄친다.
◆ 뉴 칼레도니아 여행법
인구 20만의 길쭉한 섬나라. 원주민인 카나크족이 45%, 유럽인이 37%이다. 공용어는 프랑스어. 시간은 한국보다 2시간 빠르다. 화폐는 퍼시픽 프랑(1퍼시픽프랑=약 10원). 기온은 연중 섭씨 20~26도이다. 바닷속이 산호 바닥이어서 아쿠아슈즈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직항 노선은 없고 일본을 경유한다. 국적항공사인 에어칼린 서울 대리점(www.aircalin.co.kr, 02-3708-8591)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뉴칼레도니아투어(02-774-3997) 등이 상품을 취급한다.
■ 팔라우
팔라우(Palau)는 서태평양의 섬나라이다. 아주 생소한 곳은 아니다. 태2평양전쟁 당시 격전지였고 그래서 한국인 징용자들이 많이 끌려갔다. 1990년대 초 태평양 격전지를 따라 징용자 위령탑이 차례로 세워지면서 다시 우리의 기억 속에 들어오게 됐다. 팔라우는 ‘물빛에 취해 물속에 빠진 천국’이다. 팔라우는 해변에 누워 일광욕과 독서를 즐기며 쉬는 한가한 휴양지가 아니다.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레포츠를 즐겨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물 속이 압권이다. 수정처럼 맑은 바닷속에는 정말 천국이 빠져 있다.
배를 타고 멀리 나가는 일정이 많다. 주 행선지는 록 아일랜즈(Rock Islands)로 ‘팔라우의 보석’으로 불린다. 수도인 코롤(Koror)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200여 개의 섬이 파란 산호 바다 위에 떠있다. 베트남 하롱베이와 닮았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섬마다 짙은 수림이 우거져 있고 물빛이 맑다는 것. 단단한 석회암(limestone) 밑으로 밀물과 썰물이 왕래하면서 아랫부분을 파먹었다. 버섯의 모습이다.
물 속 여행은 스노클링이 주를 이룬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둥둥 떠서 얼굴을 들 줄 모른다. 꼼틀거리는 오색 열대어의 모습에 물에 대한 두려움은 금새 사라진다. 점점 더 깊은 바다로 이동한다. 이른바 스노클링 포인트 투어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열대어의 군무가 기디라고 있다. 점심 때 먹었던 닭다리의 뼈가 유용하다. 수 많은 물고기가 모인다. 물안경 앞에 먹이를 붙이면 물고기의 눈빛까지 확인할 수 있다. 록 아일랜즈에는 열대어를 구경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스노클링 포인트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레이트 클램(Great Clam)으로 불리는 왕조개 군락지와 해파리(Jellyfish) 호수이다. 특히 엘 마르크라고 불리는 섬 속 호수의 해파리여행이 압권이다. 호수에 수천만 마리의 해파리가 떼지어 산다. 색깔은 맑은 주황색. 솥뚜껑만한 큰 것부터 손톱만한 아기 해파리까지 바로 눈 앞에서 군무를 펼친다.
산호 머드팩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밀키웨이(Milky Way)’라는 곳은 물 흐름이 없어 고운 산호가루가 침전되어 있다. 원주민 안내인이 물 속에 들어가 산호가루를 배 위로 떠 온다. 이 가루로 온 몸을 바르고 햇볕에서 2~3분 있으면 단단하게 마른다. 그리고 물에 풍덩, 수영을 즐기며 팩을 씻어낸다. 피부가 산호의 색을 닮아간다.
◆ 팔라우 여행법
팔라우는 화산 폭발로 생성된 34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인구는 2만 명 내외이다. 1885년부터 1899년까지 스페인, 1914년까지 독일, 1945년까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이후 유엔의 태평양 신탁통치령으로 미국이 통치했다. 1994년 팔라우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다양한 나라의 식민지배를 받아 음식이나 생활습관 등에 여러 문화가 골고루 섞여 있다. 영어와 팔라우어를 사용하고 문자는 영어 알파벳을 쓴다. 연간 섭씨 26~30도. 한국과의 시차는 없다. 화폐는 미국 달러. 한국인 교민은 80여명에 불과하지만 4개의 한국식당이 있고 한국인이 경영하는 대형 마트(한파마트)가 있어 여행하기에 불편하지 않다. 하나투어리스트(www.hanatourist.co.kr·1577-1212), 고팔라우(02-734-8350), 팔라우모아(02-7777-994) 등의 여행사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