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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운털’시리아 제재 나서나/ 대사 전격소환…레바논서 철군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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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운털’시리아 제재 나서나/ 대사 전격소환…레바논서 철군 요구

입력
2005.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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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피살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시리아 압박이 점점 가시화하는 분위기이다. 일찌감치 사건의 배후세력으로 시리아를 의심해온 미국은 15일 시리아 주재 대사를 전격 소환했는가 하면, 시리아 제재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철군을 정식 요구했다. 유엔 안보리도 조만간 이번 사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16일 치러진 하리리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윌리엄 번스 국무부 근동 담당 차관보는 "완전하고 즉각적인" 철군을 단행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누가 하리리 전 총리를 살해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면서도 "(미국) 정부는 향후 시리아 문제를 다각도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한발 더 나가 "시리아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뚜렷한 진전이 없을 경우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16일 바우처 대변인이 말한 ‘모든 수단’의 구체적 사례로 시리아의 미국 내 자산 전면동결, 시리아 금융기관의 국제적 고립화 등 추가적 경제제재 등을 꼽았다. 또 이라크에서 활동하다 시리아로 도피하는 무장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시리아 영내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5월 발효된 ‘시리아 경제제재법’에 따라 식품과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물품의 시리아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 손보기’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시리아가 중동지역에서 보여온 전략적 역할 때문이다. 시리아는 1976년 레바논에 군대를 주둔시킨 이래 사실상 레바논을 통치해왔을 뿐 아니라, 레바논의 다수세력인 헤즈볼라 등 이슬람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및 이라크 임시정부 공격 등을 측면 지원해온 것으로 의심 받아왔다.

때문에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 달초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시리아를 북한 등과 함께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한 뒤 체제변혁을 주창했다. 이런 차에 터진 하리리 피살사건은 시리아를 고립시킬 호기로 비쳐졌다.

하지만 미국의 시리아 압박은 이라크 사태와 같은 혼란을 중동 전체로 확산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않다. 내전 이후 15년간 불안하게나마 권력 공유로 안정을 유지해온 레바논은 하리리 피살사건 이후 연일 반시리아 데모가 펼쳐지는 등 극심한 국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16일 치러진 장례식에는 최소 2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베이루트 중심가를 가득 메운 채 반시리아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리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가장 먼저 이번 사건을 "끔찍한 범죄행위"라고 비난하는 등 ‘불똥 피하기’에 골몰하는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미국과 이스라엘이 요구하는 레바논 철군 등에 응하지는 않을 태세이다.

모하메드 나지 오트리 시리아 총리는 16일 이란을 방문한 후 미국의 군사적 압력에 이란과 함께 공동대응하기로 결정했다며 미국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BBC방송은 이날 "암살로 인해 미국과 시리아의 관계는 더욱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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