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하게 시작해 좀 생뚱맞게 끝난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후반부 들어서는 공포영화로서의 정체성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다.
매년 사고가 일어났던 날이면 열차에 탑승하는 사고 희생자의 유령들, 열차사고에 얽힌 비밀을 안고 있는 차장(송일국)과 여승무원(장신영), 정차하지 않는 열차가 주는 폐쇄적 공포 등이 어우러진 ‘레드아이’는 공포영화로서 매우 매력적인 설정임에 분명하다.
초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싹한 분위기와 비밀을 간직한 착한 얼굴의 여승무원 그리고 원혼들에 의해 처참하게 희생되어 가는 장면 등은 ‘악’ 소리가 절로 나도록 한다. 한국판 ‘링’을 연출했던 김동빈 감독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데는 분명한 소질이 있어, 여학생이 쓴 가발이 얼굴을 죄어 오며 서서히 죽어가는 장면이나 널브러진 시신의 눈이 갑자기 돌아가는 장면, 핏속에서 갑자기 솟아 오르는 붉은 손 등도 섬뜩하다.
하지만 여승무원의 비밀이 허무할 정도로 너무 빨리 공개되고, 원혼들의 연기에는 독기가 없다. 갈수록 도대체 누가 귀신이고 사람인지 헷갈리면서 조금씩 맥이 풀려 옆 사람과 의논하지 않으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산만하다다. 뚜렷한 계기 없이 원혼들과 화해하는 설정도 억지스럽다. 참신한 발상에 비해 허술한 결과물.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18일 개봉. 12세.
최지향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