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첨예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사법부의 편파적 판단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이화영 의원), "헌법재판소를 폐지하자"(이석현 의원)는 취지의 이들 주장은 15일자 도하 각 신문에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하지만 두 의원은 정작 실제 질문에서는 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두 의원은 사전 배포한 질문 원고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놓고도 질문 때는 이 부분을 읽지 않은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이석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예민한 사안이니 빼 달라고 해 고민 끝에 수용했다"고 말했다. 3선 중진이 그런 얘기를 하면 당론으로 인식돼 헌재와 갈등·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언급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화영 의원은 "시간이 부족했던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예민한 표현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변명은 어폐가 있다. 관행화한 질문 원고 사전 배포 행위는 실제 발언과 다름없는 효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상례다. 공식적인 발언과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두 의원의 행동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자기 소신을 원고에서 공식화해 놓고도 당 지도부의 만류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스스로 의원의 독립성과 책임을 놓아버린 것이다.
당일날 아침에야 원고내용을 알고 부랴부랴 발언을 만류한 당 지도부 역시 문제가 적지 않다. 만류를 할 만한 내용이었다면 원고 배포 전에 사전조율을 했어야 했다. 또 의원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비난도 나올 만하다. 왜 국회의원 개개인이 독립적 헌법기관인지를 두 의원과 여당 지도부 모두 재삼 음미해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정녹용 정치부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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