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모지나 다름 없는 호남을 향한 한나라당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전엔 볼 수 없던 영·호남 지자체 간 자매결연과 호남 출신 인사에 비례대표 30% 할당 추진 등 다양한 서진(西進) 아이디어가 제기되고 있고, 일부는 실행에 옮겨졌다.
이 같은 변화는 "호남 표의 95%를 상대 당에 내줘야 하는 구도에선 한나라당에 대권은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당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50여만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지난 대선에서 호남지역에서의 한나라당과 당시 민주당의 득표는 각각 14만표, 274만표였다. 호남 출신 외지 인사들까지 합하면 표차는 30만표, 500만표로 벌어졌다는 게 당 자체 분석이다.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는 "최근 충청권이 친여 성향을 보이면서 전체 지역 구도가 ‘반(反) 호남’에서 ‘비(非) 영남’ 포위구도로 바뀌어 당이 지역적으로 역 포위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이를 타개하는 한 방법이 호남에서의 격차를 최대한 좁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호남 민심이 현 정권 출범, 특히 대북 송금사건 특검 이후 정치적 아노미 현상을 겪고 있다"는 판단도 한나라당의 의욕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 지역화합특위는 여수·통영‘남해안 관광벨트’를 조성하고 광주·대전·대구를 잇는 ‘테크노 단지’를 구성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여의도 연구소도 지난달 발표한 ‘영·호남 공동개발 계획’과 ‘소속 자치단체별 호남 취약지역과의 결연운동’의 세부 안을 준비하고 있다.
임태희 의원 등 당내 푸른정책연구모임은 민주당 의원과 지역구를 공유하는 ‘1 의원 2 지역구제’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전남과 제휴를 맺어 초등학생 홈 스테이 교류 등을 진행하고, 손학규 경기지사는 목포 대불공단 투자를 고려하는 등 당내 차기 주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물론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호남 출신의 한 당직자는 "호남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얼음장"이라며 "지금 추세론 2007년 대선에서도 한자리수 이상의 지지율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의 박근혜 대표에 대한 호감도가 당 지지도를 크게 상회하고 있고, 수도권 내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한나라당 지지도가 서서히 오르는 등 희망의 기미도 보인다는 게 당직자들의 주장이다. 윤건영 여의도연구소장은 "앞으론 의원단 호남 방문 등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추진 등 진심어린 자세로 다가 서겠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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