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에 대한 영업 양수도 인가과정에서 이사의 절반 정도를 내국인에 할애하도록 권고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경제의 핏줄이자 신경조직인 금융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선 국내에서 영업하는 은행들이 선임하는 외국인 이사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금융 당국의 의지가 일단 ‘권고’ 형식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SCB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150년 이상 세계 각국에서 브랜드 가치를 키워 온 것은 해당 국가의 법률·사회·문화적 배경을 인지하고 적응해 온 덕분"이라는 얘기가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금감원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SCB가 금감원의 권고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국 언론들이 주장하듯이 ‘압력’으로 느끼지 말고 ‘현지화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수용하고 금융 당국도 은행영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이른바 윈윈 모델의 좋은 선례를 남기기 바란다.
사실 제일·외환·한국씨티 등 외국자본이 대주주인 은행들의 시장점유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이들에 대한 합리적 통제 필요성은 줄곧 제기2돼 왔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의 관행과 제도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 위주로 이사회를 구성,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식의 단기 수익성 위주의 영업으로 금융산업 발전을 오히려 저해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얼마전 여야의원 21명이 미국·독일 등의 선진국과 필리핀 등 아시아국가들의 입법 예를 참고해 금융기관 이사의 국적 및 거주기간·장소 요건을 내용으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은 그 같은 움직임의 산물이다.
하지만 ‘외국인 이사 제한’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해도 국수주의 논란이나 서비스부문 통상마찰을 낳을 수 있는 섣부른 입법은 자제해야 한다. 외국계 은행 스스로 ‘토착화가 최상의 영업전략’이라고 느끼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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