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는 15일 오후 서울대 수의대 학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힌 뒤 수의대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출마부터 사퇴까지의 복잡했던 심경을 털어놓았다. 황 교수는 "연구에만 전념하라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 내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국민적 반대여론이 사퇴의 직접적인 배경임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_사퇴하게 된 이유는.
"출마소식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무려 500~600통의 이메일이 들어오고 200여통의 전화가 내 사무실로 걸려왔다. 대부분 학장 취임을 만류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우리가 당신 뒤에 있는데 왜 학장까지 하려 하는가. 당신은 국민을 보고 연구에만 몰두하라’는 내용의 메일을 읽을 때는 눈물이 났다. 그 메일이 사퇴 동기의 90%를 차지한다. 국민과 언론을 설득할 게 아니라 내가 설득당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_언제 사퇴 결심을 했나.
"어제 저녁 언론보도를 보고 집에 들어가 사퇴성명을 썼다. 전에 부학장을 해봤기 때문에 시간 안배만 잘 하면 보직을 맡아도 연구에 크게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고 기자회견을 통해 얘기를 잘 하면 국민들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상황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히게 됐다."
_정운찬 총장과의 면담에서는 어떤 얘기가 오갔나.
"총장께 어떻게 수의대 교수들을 설득해 사퇴입장을 밝혀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이번 학장 추대는 수의대 최초의 만장일치였고 교수들이 더불어 뭔가를 이룩해보자며 진정어린 마음을 모은 결정이었다. 그런 수의대 교수들의 뜻을 차마 거스르기 어려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정 총장께 말씀 드렸다."
_사퇴결심을 수의대 교수들과 논의했나.
"15일 오후 수의대 교수 22명과 만나 사퇴성명을 보여 주고 의견을 구했다. 많은 교수%6들이 안타까워 했고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어떻겠냐고 묻는 이들도 많았으나, 결국 모두 사퇴 결정을 존중해 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_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일이 서운하거나 아쉽지는 않다. 오히려 내가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나를 아껴 주고 염려해 주는 분들이 많은 나라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쁜 마음으로 깨닫게 됐고 연애편지를 쓰는 행복한 마음으로 사퇴성명을 썼다. 국민 여러분이 기대하고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이제 연구 이외의 다른 측면은 매몰차게 거절하고 오로지 연구와 교육에만 몰두하는 참 과학도로서 더욱 자세를 가다듬겠다. 나를 연구자의 바른 길로 이끌어 준 언론과 국민들에게 감사한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추대→논란 →고심→사퇴로 30시간만에 매듭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수의대 교수회의에서 학장으로 추대된 것은 14일 오전 11시.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대는 물론, 학계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행정업무가 과중한 학장직을 수행하면 연구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게다가 황 교수는 지난해 9월 서울대 최초의 석좌교수로 임용되면서 학교로부터 파격적 연구 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여서 일각에서는 학장과 석좌교수 겸임에 대한 ‘특혜 논란’마저 불거져 나왔다.
황 교수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오후 2시30분 기자회견에서 "행정적인 업무처리는 부학장 등 다른 분들이 다 하실 것이므로 연구에 소홀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해명성 발언을 했다.
하지만 여론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황 교수의 학장직 수락에 대한 비난여론이 빗발쳤고, 황 교수의 연구실과 수의대에도 사퇴를 요구하는 항의전화가 폭주했다.
황 교수는 사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 이날 밤 사퇴성명을 작성했다. 이튿날인 15일 오전 정운찬 총장과의 만남에서 정 총장이 "수의대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황 교수의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결국 황 교수가 이날 오후 4시 수의대 전체 교수 간담회를 소집, 사퇴 입장을 밝힘으로써 30시간의 대혼란은 끝을 맺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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