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초등학생 학력신장 방안’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학습동기체제의 재구축과 교육열에 대해 교육체제의 갈등론적인 측면에서만 담론을 펼칠 때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정보화·세계화의 시대에 맞게 새로운 교육의 틀이 필요할 때다. 그런 면에서 이번 방안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초등학생 학력신장 방안은 학교교육을 정상화자는 취지에서 제시됐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방안에 대한 언론기사를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거의 모두가 교육 전문가를 자처한다는 점이다. 당사자든, 자녀 친지든 교육에 이해관계를 갖지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들 교육전문가나 교육행정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학계, 언론계, 학부모들, 교육관련 제 단체들은 지나친 논란보다 차분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육에서는 사람됨의 기본을 세우고 개인의 소질과 특기를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인성과 특기· 적성을 강조하는 초등학교의 ‘즐거운 교육’은 이런 점에서 상당한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교육 목표는 첨단 미래 지식기반 사회를 이끌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습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야말로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 등 진짜 ‘실력’을 가진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적절한 학업 성취도 평가이다. 교육의 질은 결코 평가의 질을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어 사전은 ‘평가’에 대해 ‘교사와 학생의 학습 효과와 발달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학습목표 도달정도를 측정하는 평가치는 교사와 학생의 학습 활동을 피드백함으로써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자료가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학업 성취도 평가를 실력에 따른 줄세우기, 이로 인한 사교육 조장효과 등 부정적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수행 평가는 학생들의 학습과 탐구 활동 과정을 평가하는 아주 좋은 방편이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 수행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이런 ‘과정중심’ 평가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학습능력을 측정하는 학업성취도 평가인 것이다. 단, 학업 성취도 평가는 지적 능력만을 측정하는데 머물러서는 안 되고 ‘창의성, 비판력, 종합적 사고력’ 등 고등 사고 능력과 나아가 정의적, 감성적 영역도 측정하여 학생들이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성취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통지표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학습 목표 중심의 서술식 기록은 장황하게 늘어놓기만 했을 뿐 아주 모호한 내용으로 일관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거의 대부분 아이들의 통지표 기술 내용에 별다른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들의 학습 수행 능력 정도를 알 수가 없고 부족한 점이나 보완할 점이 무엇인지도 거의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통지표 기록방식도 현재의 목표중심 서술 내용과 함께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할 것이다.
90분간의 축구 경기에서는 게임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과는 더 중요하다. 경기에서 이기고 승부에서도 이긴다면 가장 좋겠지만 경기에서 이겨도 승부에서 진다면 그처럼 허망한 일이 없다. 다소 지나친 비유일 수 있지만 수행 평가를 ‘내용’, 학업 성취도를 ‘결과’라고 한다면 훌륭한 내용만큼이나 좋은 결과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 현장에서 과정을 중시하는 수행 평가와 결과의 긴장감을 이끄는 학업 성취도 평가의 장점을 고루 살릴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없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초등학생 학력신장 방안은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장석 단국대 교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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