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뼈’는 제게 큰 존재감을 주는 영화입니다.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개봉 예정인데 ‘세계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생각에 올 한 해는 스릴 넘치게 보낼 것 같네요."
유명한 재일동포 감독 최양일(56)씨가 영화 ‘피와 뼈’ 한국 개봉(25일)을 앞두고 14일 주연 배우 스즈키 교카(37)씨와 함께 서울에 왔다.
주로 비주류 인생들의 삶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쳐 온 최 감독은 1983년 ‘10층의 모기’로 데뷔했다. 재일동포 문제를 다룬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93년)로 일본 아카데미영화제 11개 부문 수상 등 무려 53개의 상을 탔으며 현재 일본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이다.
‘피와 뼈’는 재일동포 작가 양석일씨의 자전적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제주도에서 오사카로 건너온 김준평이라는 괴물 같은 남자의 잔혹하고 이기적인 삶을 그렸다. 기획까지 포함해 6년을 이 작품에 쏟은 최 감독은 "고독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한 인간의 강함과 나약함을 영화 속에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반경 200c 정도의 재일동포 공동체를 그리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세상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950년대 오사카를 완벽하게 되살려 내기 위해 1,000명의 스태프를 동원한 촬영 현장에서는 "진짜 김준평은 최 감독"이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열정을 불사른 것이다.
상영 시간은 원작의 방대한 내용에 비하면 좀 짧은 142분. "제작비 등을 고려하다 보니 원작과 달리 김준평의 젊은 시절을 많이 들어냈어요. 제작자가 다시 기회를 준다면 원래 시나리오대로 7시간짜리 ‘피와 뼈’에 다시 도전하고 싶습니다."
기타노 다케시가 연기한 김준평의 아내 영희 역을 맡은 스즈키씨는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와 ‘사토라레’로 국내에도 얼굴이 꽤 알려진 배우. 재작년에 3일간 서울을 여행한 후 이번이 두 번째 방한이다.
"온 가족이 유원지에 온 것처럼 즐기는 찜질방이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입니다. 세계적인 배우 기타노씨와 공연한 것도 행복했지만 최 감독과 함께 영화를 한 것은 더 큰 영광이었습니다."
글·사진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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