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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내 추억 속의 은빛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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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내 추억 속의 은빛 낚시

입력
2005.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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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들어서까지 팔도를 돌아다니시던 작은할아버지는 수중에 돈이 거의 떨어지거나 명절이 되어 집으로 오실 때마다 같은 골 안에 사는 큰집 작은집 식구가 한 달 내내 먹고도 남을 어물을 사 오시곤 했다. 어느 해는 소금에 절인 고래고기를 가마니째 사오셨다.

그 때는 작은 할아버지가 대체 무얼 하시는 분인지, 돈이 떨어져 집으로 오신다면서도 식구들의 옷과 어물 등 많은 물건을 사 오시는데 그러면 그 돈은 또 어디에서 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대로 혹시 우리 작은할아버지가 간첩은 아닐까, 하고 남모르게 고민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작은할아버지가 집에 오시면 대관령 산 아래의 큰집 작은집 처마에는 명태가 장작을 엮어 내걸어 놓은 것처럼 빼곡히 걸렸다. 입을 쩍 벌리고 걸려 있는 명태 아가리마다에 우리 손가락 길이만한 은빛 낚시가 하나씩 들어 있었다.

그런데 고기를 잡는 방법이 달라진 것일까. 언제부턴가 입을 꽉 다문 생태를 사도 그렇고, 입을 쩍 벌린 북어를 사도 어릴 때 보았던 은빛 낚시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내 추억의 그물 한 자락을 단단히 꿰고 있는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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