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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 방광증/ 하루에도 열두번 화장실 들락날락 "으~ 또 못참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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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 방광증/ 하루에도 열두번 화장실 들락날락 "으~ 또 못참겠어"

입력
2005.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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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을 앞 둔 이모(23·여)씨는 민망한 별명 때문에 곤혹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화장실을 워낙 자주 가 친구들이 ‘쪼리’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이다. 화장실 출입이 잦다 보니 이상한 오해도 많이 받는다. 강의 중에 몰래 화장실에 가려다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적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이 대놓고 산만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경 쓰거나 긴장하면 증상은 더 심각해진다. 화장실을 자주 찾는다고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상황에 촉발되는 절박한 요의(尿意)는 무언가 비뇨기적인 문제가 생겼음을 알리는 신호다. 특히 중년에 나타나는 요실금(尿失禁), 전립선비대증 등 노년성 질환이 생기기 전의 연령대라면 이를 방치하다간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 화장실 들러야 안심 = 과민성 방광증은 방광 기능이 너무 예민해져 방광에서 본의와 상관없이 약간의 소변만 모여도 방광근육이 수축해 갑자기 요의를 느끼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세다. 대개 하루 8회 이상 소변을 자주 보거나(하루 평균 5~6회가 정상),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나거나, 소변 마려울 때 참지 못해 소변이 새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정상인은 방광 내 소변이 400~500㎖까지 차도 참을 수 있는데, 이는 방광과 신경의 조화가 잘 이뤄지기 때문. 따라서 영·유아를 제외한 연령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문제다. 방광 근육이 예민해진 경우 외에도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뇌종양 등의 뇌 질환과 척수손상 등으로 인한 신경 이상으로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 기침이나 웃을 때, 무거운 것을 들 때 소변이 흘러나오는 복압성 요실금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복압성 요실금은 요도의 기능 저하로 생기는 것으로 과민성 방광증과는 다른 질환이다.

◆ 낮아지는 발병 연령대 = 대한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가 2001년 전국 40대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1%가 과민성 방광증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조사에서는 20, 30대 젊은 층의 환자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기과 김영호 교수팀이 20~40대 여성 3,372명을 대상으로 과민성 방광 질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12.7%가 과민성 방광이었으며, 연령별로는 20대(2,681명)는 12%, 30대(616명)는 15%가 이 질환을 앓고 있었다.

젊은 환자가 늘고 있는 원인은 식습관과 환경의 변화, 스트레스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술과 커피, 카페인 함유 제품, 매운 음식, 인공 감미료 등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을 과다 섭취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이런 식품은 방광의 신경전달체계에 이상을 일으켜 요의 신호에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름진 음식도 한 원인.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마상열 교수는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복부 비만이 생기고 이로 인해 골반과 요도 부위에 자극이 증가하면서 방광을 자극, 과민성 방광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무 환경 변화도 과민성 방광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긴장한 상태에서 오래 앉아 업무를 보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과민성 방광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

◆ 이런 사람은 주의를 = 순천향대 의대 비뇨기과 김영호 교수는 "과민성 방광증 환자의 23.4%가 과거에 방광염이나 요도염 등과 같은 요로 감염에 걸렸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가족 중 과민성 방광 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다는 응답자도 27.5%에 달해 가족 중 질환을 앓은 적이 있으면 이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도 24.9%로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증상이 나타나도 적극적인 치료를 피한다는 것. 특히 젊은 여성 중에는 이상 증세를 자각함에도 불구하고 수치심으로 조기 치료를 미루다 만성 질환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우선 자가진단을 통해 병이 의심되면 곧바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치료는 우선 약물 치료부터 시작한다. 예전엔 약을 먹으면 입이 마르는 등의 부작용이 적지 않았는데 요즘은 부작용 없는 약이 개발됐다.

약물요법에 행동치료를 병행하면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행동치료에는 방광훈련과 골반근육 운동법이 있는데, 방광훈련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소변을 보게 하는 훈련법으로 절박성의 요의 치료에 효과적. 이 방법은 환자 본인의 의지가 필수다. 만일 배뇨간격이 1시간이라면 처음 1시간에서 1주일 단위로 배뇨간격을 30분씩 점차 늘려 3~4시간으로 연장한다.

골반근육 운동법은 우선 똑바로 누워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숨을 들이 마시면서 엉덩이를 천천히 들고, 그 상태로 5초간 멈춘다. 이어 어깨 등 엉덩이 순으로 바닥에 내리면서 힘을 뺀다. 이 운동을 하루 10~15회 반복한다. 급하게 소변이 마려울 때 방광근육을 수축시키면 방광수축이 억제돼 요의가 없어진다. 골반근육 운동법으로는 케겔운동법, 콘을 이용한 운동법, 전기자극치료법, 바이오피드백, 체외자기장치료법 등이 있다.

이밖에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매일 적어도 6~8잔의 물을 마시면 과민성 방광증뿐만 아니라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꾸준한 운동도 중요한데 수영 같은 유산소운동은 장운동을 촉진하고 골반근육을 긴장시켜 병 예방에 좋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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