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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에버랜드 재판’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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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에버랜드 재판’ 떠넘기기

입력
2005.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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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10시50분 서울중앙지법 423호 법정. 재판이 10분이나 남아 있었지만 방청석은 이미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가득 들어찼고 방청객들의 얼굴에선 하나같이 긴장감이 묻어났다. 국내 최대그룹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가 1996년 CB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재용씨에게 헐값으로 배정한 것을 놓고 그 동안 "편법·불법 증여"라는 주장과 "경영상 정당한 판단"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왔다.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삼성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 여부가 판가름이 날 상황이어서 경제계에도 큰 파장이 예고됐다. 검찰과 변호인이 변론 종결에 합의했고, 재판부가 "심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미 한 차례 선고를 연기한 터라 이날 만큼은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촉각을 곤두세웠던 100여명의 방청객들은 재판 시작 3분만에 허탈하게 법정을 나와야 했다. 재판부가 지난번과 똑 같은 이유로 선고를 연기, 다음달 14일 변론을 재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담당 재판부는 21일 법관 인사이동으로 바뀌게 돼 있다. 결국 검찰이 3년 6개월을 끌어 어렵게 기소한 사건을 현 재판부가 1년 2개월간 심리하고도 결론을 못내 후임 재판부에 부담을 떠안긴 셈이 됐다. 새 재판부는 1만3,000여 쪽의 기록을 처음부터 검토하고 다시 변론을 속행할 것이기 때문에 1심 선고는 그만큼 미뤄질 수 밖에 없다.

담당 재판부는 "판결문 초고까지 써놓고 검토했으나 추가 심리가 필요했다"고 말했지만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최종 판단의 책임을 떠넘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지성 사회부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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