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30분 정도 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 음악의 절정을 만끽하고 싶다면, 단연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이라는 곡을 추천한다.
한 악장으로 30분이나 되는 이 엄청난 길이의 곡은 오늘날 현악 오케스트라로 더 많이 연주되는데, 원래는 현악기 일곱 대로 연주하는 현악7중주곡이다. ’변형’이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는 이 곡은 영화음악가들도 본받고 싶어할 만큼 감미로운 음악이며, 제대로 한 번 들으면 중독되어 버리고 마는, 별 다섯 개도 모자란 걸작 중의 걸작이다. 평소에 잘 가지도 않던 클래식 음반매장에서 어렵게 구한 CD를 틀면 매우 불안하고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에 속은 느낌일 것이다. 왜냐구? 너무나 조용하게 시작해서 5분 이상 아주 느린 템포로 움직이니까 하품부터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전원을 끄지 말고 볼륨을 높여 더 들어보라. 이 곡은 베토벤 ‘영웅’ 교향곡의 장송행진에서 빌려온 선율 하나를 끊임없이 변형시켜 최고의 아름다움을 끌어내고 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원래 100명에 가까운 연주자가 필요한 거대 오케스트라 곡을 주로 썼던 통 큰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그의 작품은, 아마도 영화 ‘2001년 오딧세이’에 나왔던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일 것이다. 원시인이 뼈를 던지던 바로 그 장면 말이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음악은 웅장함의 대명사이며 드라마나 CF의 영광스런 장면에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토록 화려한 관현악적 기교와 스케일을 과시했던 그가 말년 작품인 이 곡은 왜 현악기 7중주로 작곡했을까?
1945년, 이 곡을 완성하기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의 작품을 많이 연주하던 뮌헨 극장이 전쟁의 폭격으로 파괴되고 말았다. 비통에 빠진 그는, 자신의 슬픔을 현악기 7대롄로 표현하기로 결심한다. 이전에 사용했던 효과적 잔가지를 모두 쳐내 버리고 지극히 소박한 현악기들로 써내려갔다. 완성하기 직전에 외부의 요청에 의해 23대의 현악기로 늘어나버렸지만…. 아무튼 그의 생애 최고 걸작을 탄생시킨다. 1990년 이 작품의 오리지널 악보인 7중주 악보가 발견되어 복원된 사건으로 유명해져서 이 명작은 다시 조명되기 시작했다.
‘메타모르포젠’은 베토벤에 대한 경의를 담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20분간이나 끝없이 올라가던 클라이맥스가 끝나고 다시 죽음으로 들어서는 고요함에 도달하기 직전, 다시 한 번 베토벤의 장송곡 첫 마디가 저음에서 아주 살짝(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그 부분엔 한 단어가 적혀있다. "추모하며…"
현악사중주 콰르텟엑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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