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齊)나라의 재상 안자(晏子)에게 한 마부가 있었다. 마부의 아내가 어느 날 안자가 탄 말을 끌고 가는 남편을 보았는데, 말을 탄 안자는 몸을 앞으로 굽혔으나 남편은 허리를 뒤로 젖히고 정승보다 더 등등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날 밤 아내는 남편에게 “여보, 안자는 정승이라도 몸가짐이 조심스러운데 당신은 한낱 마부로서 뭐가 그리 의기양양하오”하고 나무랐다. 그 뒤 마부의 행동은 겸손해졌고 이를 이상히 여긴 정승이 그 까닭을 묻자 마부는 아내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고 했다. 안자는 왕에게 천거하여 그에게 대부의 벼슬을 주었다.
■ 링컨 대통령이 어느날 백악관 현관에서 직접 구두를 닦고 있을 때 옆을 지나던 비서가 이를 보고는 쩔쩔매며 말을 꺼냈다. “각하, 이게 어찌 된 노릇입니까?” “어찌 된 노릇이라니?” “일국의 대통령께서 존귀하신 몸으로 천한 사람이나 하는 구두닦이를 손수 하시다니 될 법한 일입니까?”
“자기 구두를 자기 손으로 닦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이게 무슨 잘못된 일이란 말인가. 또 구두를 닦는 일을 천한 일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일세. 대통령도 구두닦이도 다 같이 세상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야. 어찌 구두닦이를 천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 동서양의 경전과 고전들이 겸손에 대해서 수 없는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이 겸손하기란 정말 어려운가 보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언) ‘강물이 모든 골짜기의 물을 포용할 수 있음은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오로지 아래로 낮출 수 있으면 결국 위로도 오를 수 있게 된다’(회남자)는 등의 가르침은 특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겸손의 미덕을 강조한다.
■ 한자 치(治)에서 알 수 있듯 다스림이란 물 흐름을 조절하여 물 본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는 것이다. 물 흐르듯 산다는 것은 시류에 영합한다는 뜻으로 곡해되기도 하지만 세상과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뜻을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성인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기에 빛나고, 스스로 옳다 하지 않기에 돋보이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기에 그 공로를 인정 받으며 스스로 뽐내지 않기에 오래갑니다.’(도덕경) 설 연휴에 예사롭지 않은 민심과 접했을 정치인, 관리들이 특히 새겨야 할 가르침이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