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인 분위기에 사회적인 현실감을 가미한 으스스한 공포 시트콤.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 ‘오버하지 않는, 참신한 소재의 새로운 시트콤이 오랜만에 출현했다.’
‘두근두근 체인지’를 통해 새로운 시트콤의 가능성을 보여준 노도철 PD-신정구 작가 콤비의 신작 ‘안녕, 프란체스카’(MBC 월 오후 11시)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홈페이지에는 1월 24일 첫 방영 이후 4,400여건의 시청 의견이 올라왔고 내용도 호평 일색이다. 잇단 조기종영 등 시트콤의 전반적 침체 속에 거둔 수확이어서 더 눈에 띈다.
멸족 위기에 몰려 루마니아를 탈출한 흡혈귀 가족이 한국에서 벌이는 해프닝을 그린 ‘안녕, 프란체스카’는 그동안 대중문화 속에서 절대적 힘을 가진 것으로 해석돼온 흡혈귀들을 인간의 삶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로 설정, 유쾌한 ‘관계의 역전’을 보여주며 카타르시스와 웃음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대왕고모 소피아(박슬기)는 보증금 5,000만원을 요구하는 집주인(박희진)에게 “소녀 이야기 좀 들어주셔요”라며 애걸복걸한다. 닭 피를 먹고 자라 지능이 모자란 켠(이켠)은 햄버거라면 사족을 못쓰고, 의상실에 취업한 엘리자베스(정려원)는 상체를 드러낸 남성 모델들을 보며 황홀해 한다.
5명의 흡혈귀가 한국의 가족체계와 역학 관계가 다른 ‘유사 가족’을 형성하며 사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교묘하게 비튼 것도 눈길을 끈다.
“나이 40에 돈 150만원 버는 게 자랑이냐”며 두일을 비웃던 프란체스카는 할인점 아르바이트와 요구르트 배달에 노래방 도우미로 이어지는 취업 일선에 뛰어들었다 혹독한 실패를 경험한다. 또 밤 시간대에 맞게 성(性)적 코드를 살짝 끼워넣어 잔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대박가족’ 이후 2년 만에 시트콤에 출연한 심혜진의 맛깔 나는 연기가 보태져 시트콤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 한다.
심혜진은 화투 속 그림을 보며 “르네상스풍도 바로크풍도 아닌 것이…”라며 신기해 하고, 노래방에서 노래 대신 ‘귀곡성’을 지르고, 툭 하면 두일(이두일)에게 도끼를 들고 달려드는 프란체스카 역을 ‘무표정 엽기’ 연기로 능청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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