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0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이후 우리 민족끼리의 공조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3일자는 ‘우리민족끼리 안아온 자랑찬 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3대 공조는 조국통일 3대 원칙을 구현한 승리의 담보’라는 논설로 민족공조를 역설했다.
전날에는 ‘6ㆍ15공동선언은 민족자주통일의 기치’라는 논평을 싣고 민족공조 실현을 촉구했다. 북한은 연초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민족자주ㆍ반전평화ㆍ통일애국 등 3대 민족공조가 ‘조국통일 운동의 기치이며 승리의 담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해방 60주년과 6ㆍ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남북이 민족적 차원에서 협력하고 교류를 확대하자는 데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북한이 진심으로 민족공조를 원하는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이후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거절과 탈북자 대규모 남한행 등을 문제 삼아 남북장관급회담과 남북경협추진위회의 등 당국자간 접촉을 일절 거부해왔다.
책임 있는 남북 당국자들끼리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어떤 민족공조가 가능할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핵 보유를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는 남한의 입장을 간단히 무시해 버리고 민족공조를 외치는 것은 북한의 민족공조가 한미관계의 틈새를 벌려 보려는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음을 증명할 뿐이다.
북한이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품고 있는 한 남북간 진정한 민족공조나 교류협력을 진행하긴 어렵다. 체제를 부정하고 위협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맞서 핵 억지력의 보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핵무기가 북한 정권과 체제의 안위를 반드시 보장해주지 못할 뿐더러 한반도 위기를 오히려 조장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북한이 진심으로 민족 공영을 위한 민족 공조를 원한다면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는 생존 방식을 놓고 남한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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