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권과 5,000원권, 1,000원권 등 우리나라 세 가지 지폐의 모양(도안)을 완전히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갈수록 지능화하는 화폐위조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지만, 차제에 외국 돈에 비해 너무 큰 우리 지폐의 크기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이런 방안에 대해 내부 검토를 마무리한 상태.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이에 부정적 입장이어서 지난해 리디노미네이션(화폐액면변경)에 이어 또 한차례 논란이 예상된다.
한은은 14일 기본도안이 채택된 지 20년이 넘는 현 지지폐로는 위조지폐 급증과 정교화 추세를 막기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도안의 지폐 발행문제를 재경부와 협의키로 했다. 통상 선진국에선 5~6년마다 첨단기능이 보강된 새 지폐를 내놓고 있는데, 미국은 2003년 20달러짜리에 이어 지난해 50달러짜리 새 지폐를 발행했고 일본도 지난해 첨단 위·변조 차단장치를 넣은 지폐를 선보였다.
반면 우리나라 1만원권과 5,000원권, 1,000원권의 기본도안은 22년 전(1983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숨은 막대, 은색 점선, 볼록 인쇄 같은 위조 방지장치가 첨가됐지만 위·변조 기술발전에 비해 방지수준이 너무 낮아 컬러복사기나 프린터, 스캐너 등으로 만들어진 정교한 위폐가 속속 발견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발견된 위조지폐 수는 98년에 비해 12배나 급증했으며, 최근엔 5,000원권 위폐가 대량 적발되기도 했다.
한은 당국자는 "위조를 막으려면 지폐표면에 홀로그램(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양이나 색깔이 나타나는 은박지 같은 장치)을 부착해야 하지만 지금 지폐엔 그럴 여백이 없다"며 "위조 엄두를 못 내도록 도안과 지질 등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탄자니아 같은 아프리카 국가 화폐에도 들어 있는 위·변조 방지장치가 우리나라 지폐에는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폐 크기도 지갑에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달러화 정도로 줄이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새 지폐 발행엔 정부 승인과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이 필요하다. 재경부는 위·변조 차단장치 보강수준을 넘어 지폐도안과 크기 자체를 바꾸는 것에는 반대 입장이다. 실제로 신권과 구권의 혼용·교체 과정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각종 자동판매기 센서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한은 측은 "자칫 화폐 자체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수 있는 위조지폐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으며 위폐로 인한 경제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고 밝혔다.
이성철기자 sclee@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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