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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문턱서도 "그 범인 어떻게 됐죠?"/ 형사의 집념 끝내 스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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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문턱서도 "그 범인 어떻게 됐죠?"/ 형사의 집념 끝내 스러지다

입력
2005.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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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미제로 남았던 살인사건의 범인을 끈질긴 노력으로 붙잡았던 불굴의 시골 경찰관이 과로 끝에 급성간암으로 순직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1994년 발생한 충남 서천읍 주점 ‘은비정’ 여주인 살해사건의 범인을 검거(2004년 12월22일자 7면 보도)해 ‘집념의 과학수사요원’으로 찬사를 받았던 서천경찰서 형사계 장영현(42) 경사. 그는 13일 오후 1시 서울 경찰병원에서 부인 우모(40·면사무소 직원)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그 놈 어떻게 됐습니까?"

장 경사는 말기 간암의 고통 속에서도 병문안을 온 동료들에게 살인범의 상황을 체크하며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장 경사가 이 사건을 접한 것은 지난해 2월. 우연히 창고에서 먼지 속에 묻혀 있던 ‘1994년 미제사건 파일’을 발견한 그는 10년 전 압수한 증거물에서 용의자의 지문을 다시 채취, 재감정해 A(30·대전 서구)씨의 지문임을 확인했다. A씨는 당시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고교생이어서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 이후 장 경사는 A씨 집 주변에 잠복하다 그의 소주병에서 담배꽁초를 찾아 유전자감식을 통해 증거를 보강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은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라며 공소시효(살인 15년, 상해치사 7년) 만료를 이유로 A씨를 풀어 줬다. A씨는 검찰에서 "은비정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가려는데 여주인이 욕을 해 등을 발로 몇차례 밟았을 뿐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범인이 풀려났다는 소식에 가슴을 치던 장 경사는 몸에 이상을 느껴 서울 경찰병원을 찾았으나 지난해 12월 "급성간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부인 우씨는 "남편이 평소 피곤하다고 말했지만 단순 과로인 줄만 알았다"며 "20년 가까이 일에만 파묻혀 살아오더니…"라고 오열했다. 우씨는 "두 딸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는데…, 4일 전교 수석 졸업을 한 큰딸(16·장항중3)의 졸업식 때 상장 받는 모습을 병상에 누워 있느라 지켜보지 못해 딸에게 그렇게나 미안해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휴가까지 반납하고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사건에 매달리는 직원이었습니다. 적당히 지냈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겠죠." 지난해 쌍둥이 남매 등 4명이 숨진 서천의 카센터 방화사건 때문에 5개월간 그와 함께 현장을 지켰던 충남경찰청 장희석 과학수사계장은 그를 "경찰을 천직으로 삼았던 사람"이라며 애도했다. 장 계장은 "주변에서 무모하다며 말렸지만 동네 사람을 살해한 범인을 그냥 둘 수 없다며 며칠 동안 밤을 새워 지문대조 작업을 벌였다"며 "남들이 기피하는 감식업무에만 7년간 매달려 온 진정한 과학수사요원"이라고 말했다.

충북 영동이 고향인 장 경사는 1987년 4월 초임지로 충남 서천에 발령받은 뒤 이곳에서 부인을 만나 결혼해 줄곧 서천경찰서에서 근무해 왔다. 한편 유족은 장 경사를 화장해 납골당에 안치하기로 했다. 빈소 서천군 장항읍 성누가병원. 발인 15일 오전 10시.

전국의 과학수사요원들은 충남경찰청과는 별도로 장 경사의 유족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성금계좌 농협439-01-097629(예금주 서천경찰서)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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