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쾌걸춘향’의 춘향(한채영)과 몽룡(재희)은 쉴새 없이 싸운다. 밥 안준다고 싸우고, 느끼하게 “나 좋아하냐?”라고 물어봤다고 싸운다. 이런 티격태격 뒤에는 더 큰 싸움이 있다.
티격태격 하는 사이 오해가 쌓이고, 변 사장(엄태웅)과 채린(박시은)의 ‘술수’로 싸움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런데 이들은 그렇게 싸우면서도 계속 한 집에서 ‘같이’ 산다.
이유도 가지가지다. 갈 데가 없어서, 미안해서, 마음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그들의 핑계는 결국 춘향의 말 한마디로 압축된다. “몽룡이를 사랑해요.”
사랑해서 싸운다고? 물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싸우면서 사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춘향과 몽룡은 싸울 수밖에 없다. 부모님을 제외한 누구와도 서로의 의견을 조율한 적 없는 그들은 늘 자기중심적이기에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런데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그들은 상대방이 사과는 안 해도 나름대로 자신을 배려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만큼 더 서로를 좋아하게 된다.
좋아하면 잘해주지 않냐고? 천만의 말씀. 좋아할수록 ‘나한테 맞추는’ 사람으로 만들어야지. 그들에게 싸움이란 연애의 ‘주도권’을 잡아 상대방을 ‘소유’하는 방법이다. 좋아하다 보니 가지고 싶고, 가지고 싶으니 어떻게든 자기 입맛에 맞추려고 한다.
그럼 계속 싸워야만 하나? 설마! 몽룡은 자꾸 변 사장을 만나는 춘향에게 “흔들리지 말라”고 말하지만, 정작 흔들리는 건 자신이다.
그들이 상대방의 마음이 아닌 자신의 진심을 확인하는 순간 그들은 막차가 떠난 버스정류장에서 서로를 기다리고, 자신의 마음대신 타인의 상처를 걱정한다. 그들은 사랑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온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니 채린이나 변 사장은 더 나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다.
“완벽하게 내 거라고 생각한 걸 빼앗길 수는 없어요”라고 말하는 채린이나, 춘향이 자기 곁을 떠나는 걸 막기 위해 솔직해지지 못하는 변 사장은 소유욕을 넘어서는 사랑의 ‘다음 단계’를 알 수 없다.
아마 한 번이라도 기쁨과 슬픔, 소유욕과 배려가 뒤섞인 사랑의 ‘모든 과정’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쾌걸춘향’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남녀의 원치 않는 동거, 능력 있는 남자의 짝사랑, 유치하기까지 한 악녀의 행동 따위는 숱한 드라마에서 보아온 것.
그러나 ‘쾌걸춘향’은 그 설정을 기반으로 사랑에 미숙한 이들이 어떻게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물론 춘향과 몽룡이 머리나 성격, 외모 어느 한군데 빠지지 않는 사람들이란 판타지가 뒤섞여있기는 하지만.
왜 사람들은 사랑이 떠나고서야 후회하는 걸까. ‘쾌걸춘향’은 그렇게 사랑에 미숙한 모든 ‘사랑 초보’를 위한 사랑에 관한 ‘눈높이 교육’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결론은 하나다. 너 자신의 사랑을 확인해. 확인했으면, 있을 때 잘해.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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