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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월 금융동향 조사/ 예금↓대출↓…쪼그라드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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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월 금융동향 조사/ 예금↓대출↓…쪼그라드는 은행

입력
2005.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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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과 대출이 동시에 줄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서 돈을 조달(예금)해 기업이나 개인 등 적재적소에 돈을 제공(대출)해주는 은행 고유의 자금중개기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은행이 조사한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1월 중 은행권에서 무려 7조9,0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작년 3월(9조9,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의 이탈이다. 통상 1월에는 사업자들이 부가가치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은행예금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올 1월에도 7조8,000억원의 부가가치세가 납부됐다. 하지만 작년 1월의 경우 비슷한 규모의 부가가치세 납부요인이 있었는데도 은행예금 감소액은 3,000억원에 불과했다.

한은은 은행권 이탈예금이 상당부분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조차 보전하지 못하는 은행이자를 견디지 못해, 거액의 뭉칫돈이 불붙은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1월에만 증시 고객예탁금이 1조8,000억원 늘었고 주식형 및 혼합형 적립식펀드에 순유입된 돈도 5,000억원에 달해, 최소 2조~3조원이 은행에서 주식시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도 사실상 마이너스다. 통상 은행들은 연말 결산관리를 위해 거래기업들에게 우선 대출금을 갚도록 한 뒤 연초가 되면 다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12월엔 은행 여신잔액이 감소했다가 1월이 되면 다시 크게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 2003년 12월의 경우 은행대출금은 8조8,000억원 감소한 뒤, 이듬해 1월 6조3,000억원이 다시 증가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작년 12월 은행대출금은 8조2,000억원 감소했으나, 올 1월엔 2조6,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12월과 1월을 연결해서 보면 은행대출금 자체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선 신규 대출을 억제하고 기존 대출도 회수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연말 상환됐던 대출금이 연초에 다시 집행되지 않고 있다"며 "자금수요는 적고 자체 비축자금이 많은 우량 기업들이 오히려 대출금을 자발적으로 상환하고 있는 것도 전체 은행대출금 감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소기업 대출은 12월 6조2,000억원이 회수됐으나, 1월엔 겨우 1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은행 예금·대출의 동반감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시중금리 상승에도 불구, ‘수익률 경쟁력’면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또 기본적으로 우량 기업들은 은행뎔돈을 쓰기 싫어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기 싫어하는 분위기여서 은행여신 역시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결국 예금과 대출을 매개로 돈의 선순환을 이끌어야 할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자체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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