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초연작인 ‘볼레로’부터 2001년 초연작인 ‘브렐 & 바바라’까지 모리스 베자르란 한 안무가의 40년 역사가 한 무대에 모였다. 12, 13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 공연은 평생을 춤에 전념한 한 위대한 안무가의 압축된 소사(小史)였다.
작품 ‘볼레로’‘브렐 & 바바라’‘비엔나, 비엔나’‘불새’가 선보인 40년이라는 세월은 어떤 이에게는 추억을, 또 다른 이에게는 베자르의 명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스트라빈스키 음악만으로도 유명한 ‘불새’는 40대 시절 왕성했던 그의 안무 능력을 확인케 했다. 실험적이고도 진취적인 도전의식으로 무장해 새로운 발레를 개척해낸 재능은 1970년대에 이미 그의 감각이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음을 느끼게 한다.
반면 1080년대의 작품인 ‘비엔나, 비엔나’는 비엔나란 도시에 바치는 찬사지만, 상투적이지 않았나 싶다. 슈트라우스의 왈츠로 시작되는 도입부부터 우아한 고전미와 작금의 비엔나를 상기시키면서 현대적 모습까지 아우른 작품이지만 안무는 너무나 단순하고 쉬운 방법을 택했다. 초연 당시인 1980년대에는 무난하거나 세련되었을지도 몰라도, 2005년의 관객은 이미 많은 자극에 노출되었다.
그랬다면 비교적 최근작 ‘브렐 & 바바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데, 전체적으로 가벼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굳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안무가의 감각과 예술적 긴장감에 경의를 표한다.
역설적으로도 앞서 말한 모든 작품의 장단점을 일시에 상쇄한 작품은 이번 공연작 중 가장 오래된 작품 ‘볼레로’였다. 라벨의 음악 ‘볼레로’를 가장 잘 해석하고 또 제대로 표현했다는 베자르의 ‘볼레로’가 지닌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40년이 넘게 공연되면서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다양한 변화와 수정을 거치며 자체적으로 진화한 작품이 이번에는 남성 주역, 남성 군무라는 형태로 공연되었다.
오래 전 TV 시리즈로 국내에서도 방영된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에서 소개된 ‘볼레로’에서 주역으로 춤추었던 조르주 동의 엄청난 흡입력과 매력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비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안무가라면 한번쯤 도전해 보고픈 라벨의 ‘볼레로’를 함부로 근접하지 못하게 만든 베자르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한 무대였다.
박성혜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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