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수의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학장을 맡아 달라는 동료들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학장 업무로 인해 본연의 연구활동에 소홀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줄기세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14일 치러진 수의대 신임 학장선거에서 당선됐다. 서울대 수의대는 14일 교수회의를 열고 전체 교수 39명 중 32명이 참가한 가운데 단독후보로 나선 황 교수를 만장일치로 새 학장으로 추대했다. 이날 회의에서 황 교수는 한 사람의 후보를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투표절차 없이 추대 형식으로 당선됐다. 황 교수는 선거결과를 통보받은 대학 총장의 추천에 따라 17일 열리는 본부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정식으로 학장에 임명된다.
황 교수는 선거결과가 발표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연구에 매진해 달라는 국민의 기대와 성원을 잘 알고 있고 그 때문에 지금도 고민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며 "행정적인 업무처리는 부학장 등 다른 분들이 다 하실 것이므로 나는 상징적 의미의 학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수의대는 공대나 의대와 달리 단일 학과로 구성된 조그만 대학이기 때문에 학장직이 연구활동에 결정적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며 "서울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연과학과 의학의 중간지점에서 수의학이 멋진 미래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국가사회의 지원과 교육시스템 구축에 기여하는 것도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출마 동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황 교수는 지난해 서울대 최초의 석좌교수로 임명되면서 대학측의 파격적 연구활동 지원을 받고 있어 학내 일각에서는 학장과 석좌교수 겸직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 서울대 석좌교수에 임용된 황 교수는 정운찬 총장을 포함한 서울대 모든 교수 중 가장 많은 액수인 연 2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고 있으며, 연간 의무 강의시간 축소와 학기 중 공무국외여행 제한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등 전폭적 지원을 받아 왔다.
대학 관계자는 "석좌교수가 학장이 된 선례가 없던 만큼 황 교수의 학장 취임에 대한 내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도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으나 석좌교수 제도의 취지에 비춰 연구에 매진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학장은 내 인생의 목표도, 명예도 아니다"며 "총장이나 대학 당국이 학장직 수행에 대해 재고 요청을 해 온다면 당연히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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